[위기의 한국금융/총점검]『이러다 망할수도…』우려 팽배

  • 입력 1997년 3월 20일 20시 09분


한보 삼미 등 잇단 대기업의 부도 및 법정관리로 금융계는 큰 충격을 받고있다. 게다가 3,4개 대기업의 추가부도설 등이 나돌면서 전체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은행들의 부실여신규모는 94년에는 줄었다가 95년과 작년에 2년연속 늘고 있는 추세다. 작년말 부실여신규모는 2조4천4백39억원으로 전년보다 6.5%(1천4백95억원) 늘었다. 특히 제일은행의 경우 유원건설(95년4월) 우성건설(96년1월)에 이어 올들어서만 한보 삼미가 잇따라 쓰러지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金仁浩(김인호)경제수석이 『부실대출은 은행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발언을 함에 따라 은행이 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한보철강에 1조1천억원의 거액여신을 물린데다 삼미특수강에 2천4백67억원을 또 물려 부실화가 심각한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제일은행은 한보철강과 삼미특수강에 대한 부실여신으로 연간 1천3백억원 가량의 이자수입감소와 1천8백억원정도의 대손충당금 등 3천1백억원정도의 수지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제일은행의 올해 업무이익 목표가 5천5백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한보 삼미로 인해 벌써 절반을 까먹어 버렸다. 제일은행의 지난해 업무이익은 4천4백32억원이지만 부실채권 등으로 당기순이익이 62억원에 불과했다. 이밖에 법정관리상태에 있는 한보철강을 정상화하는데 필요한 자금소요 규모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제일은행은 한보와 삼미 정상화에 적지 않은 돈을 추가로 지원해야 할 입장이어서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제일은행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원들의 보수30%를 반납하고 직원 5백명 감축, 자회사 및 자산매각 등으로 3천억원대의 자구노력을 할 계획이지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같은 부실외에 국내은행들은 해외에서의 신인도 추락으로 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달들어 우리의 주요 해외자금줄인 일본계은행들이 결산기를 맞아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해 차입자금의 만기가 돌아오는 즉시 회수하고 있다. 한 예로 후지은행은 대출 기한 만기가 돌아오는 제일은행 3천만달러와 조흥은행 2천5백만달러에 대한 대출연장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한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에 붙는 단기자금의 가산금리(코리안 프리미엄)가 현재 한보사태이전보다 0.25∼0.30%포인트 더 올라갔으며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장기차입은 어려운 상황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한보사태이후 국내은행의 장기 신용도가 떨어져 해외차입이 어려워졌다』며 『해외 장기차입은 내달 이후로 미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기업들의 해외자금조달 창구역할을 해온 은행들의 해외지점 차입이 어려움을 겪자 기업들도 덩달아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한보사태와 관련, 미국내 한국계지점에 대해 실시한 경영점검도 은행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FRB측이 미국 현지지점에 대해 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본점으로의 자금공급을 줄이는 대신 본점으로부터 자금차입을 늘려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한보사태 이후 해외차입이 어려워져 본점에서도 현지지점에 자금공급을 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중이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백승훈·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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