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不渡 확산 심각하다

  • 입력 1997년 2월 13일 20시 34분


한보철강 부도사태이후 도산하는 중소기업이 날로 늘고 있다. 한보의 하청 협력업체는 물론 한보와 아무 관련이 없는 중소기업들까지 힘없이 쓰러지면서 사회불안요인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중 어음부도율은 82년 張玲子(장영자)어음사기사건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였다. 장기불황의 여파에다 한보부도의 후유증으로 영세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중견기업들마저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효과적인 중소기업지원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앞으로 최악의 연쇄부도사태 가능성까지 예고해주고 있다. 중소기업의 무더기 도산은 개별기업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사회적 안정기반을 밑바닥에서부터 흔들 것이다. 정부는 한보사태에 따른 중소기업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3조6천억원을 긴급지원키로 했다. 상업어음할인 경영안정자금 중소기업회생특례자금 보증지원확대 등 가능한 모든 지원수단을 다 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조치로 최악의 사태가 막아질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정부의 중소기업 부도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과거에도 대기업부도로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지금과 비슷한 지원대책이 마련됐으나 겉돌기 일쑤였다. 이번 한보그룹 부도직후에도 1조원의 자금을 푼다고 했지만 돈은 금융권안에서 맴돌뿐 정작 필요한 중소제조업체에는 흘러들지 않아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쓰러졌다. 중소기업의 부도는 대개 단기결제 또는 운영자금 부족과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자금지원의 시기를 놓치면 지원대책의 실효성을 잃고 만다. 정부는 몇조원의 자금을 푸는데 그치지 말고 그같은 대책이 실제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금융기관 일선창구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해야한다. 지금처럼 은행이 오히려 중소기업대출자금 회수에 나서고 대기업이어음결제기간을늘리거나 신용보증기금의보증절차가 까다로워서는 돈을 풀어보았자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보비리의 충격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경제를 추슬러야 할 책임있는 정부 당국자들까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지난 1월 한달 사이 5만명이 늘어난 대량실업, 34억달러를 넘어선 무역수지적자, 뒷걸음질치고 있는 설비투자, 국제금융시장에서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국가신인도를 그대로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한국경제의 총체적 위기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책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부도 회오리가 중소기업을 비롯한 산업계를 휩쓸게 해서는 안된다. 한보사건은 정치권에 태풍을 몰아온 것 못지않게 이제 부도확산을 통해 사회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 연쇄부도는 단순한 경제문제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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