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파업 강온대책 이모저모]

  • 입력 1996년 12월 30일 16시 18분


민주노총이 30일 닷새째 벌여온 총파업을 연말연시 연휴동안 잠정중단한다고 선언, 파업에 참가했던 노조원들이 업무복귀를 서두르면서 해당사업장은 모처럼 활기가 넘쳐 흘렀다. 그러나 이날 낮 서울역광장에서 6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민노총 주최로 노동법개악저지 총파업 투쟁승리 결의대회가 열렸고 한국노총이 31일까지 예정된 파업을 계속한 뒤 새해에 파업을 확대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노동법 개정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한양대병원 노조는 민노총이 병원노조의 경우 31일 오전 7시를 기해 업무에 복귀하라고 지시했으나 이날 오전 10시께 1층 로비에서 농성조합원 2백여명을 해산시키고 오후부터 진료에 참여.이에 따라 일반병동과 외래 환자들이 이날 오전까지는 진료를 받는 데 불편을 겪었지만 오후부터는 평소처럼 정상 진료를 받는 모습. 李軟兒 노조위원장(22)은 "환자들의 불편을 감안해 파업을 조금 일찍 풀었다"며새해들어 개정노동법이 철회되지 않으면 민노총의 지시에 따라 파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강조. 서울대병원, 경희의료원 노조원들은 민노총의 파업해제 지침이 내려오자 그동안농성을 벌여온 본관 1층 로비 등에서 향후 투쟁대책과 업무재개 계획 등에 관해 토론을 벌인 뒤 해산. 한편 고대안암병원 노조는 파업중단 결정을 노조원들에게 통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 이날 오후 9시30분 야근자부터 정상근무에 돌입키로 결정. ○…민노총과는 별도로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6시부터 긴급 산별노조 대표자회의를 갖고 향후 파업일정을 논의했으나 파업 수위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갑론을박. 노총측의 이같은 `우유부단'한 입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민노총의 파업중단 발표를 의식한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노총 관계자들은 민노총 權永吉 위원장의 파업 잠정중단 결정 보도를 일제히 지켜본 뒤 삼삼오오 모여 파업 대책을 숙의하는 모습. 노총측은 31일 오전 10시 열릴 기자회견을 통해 일괄 발표하겠다며 향후 파업일정에 대해서는 "아마 폭탄선언이 있을 것이니 기자회견만 지켜보라"며 일절 언급을 회피. ○…한국노총이 1시간마다 발표되는 총파업 돌입 사업장 현황에서 파업을 중단하는 사업장수가 계속 늘어나자 노총 관계자들은 당황. 이날 오전 10시 현재 노총 산하 단위노조 가운데 5백7개 사업장 14만4천2백55명이 파업에 참가했으나 낮 12시에는 3백77개 사업장 9만6천3백40명, 오후 2시에는 2백19개 사업장 5만6천8백20명으로 파업 사업장과 참가자가 급감. 南日三노사대책국장은 "서울지하철 노조와 민노총의 파업중단 결정이 단위노조파업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며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고 애써 담담한 표정. ○…노총의 고위관계자는 "민노총이 현총련이나 서울지하철노조 등 대규모 사업장부터 파업을 감행한 것은 전술상의 실패"라며 "이들 사업장을 확실히 장악하지 못한 것이 파업중단의 한 원인"이라고 풀이.그는 또 이번 총파업은 "노동운동계가 경제논리에 밀리는 상황에서 노동계의 상층부가 조직한 노동운동사 최초의 정치파업"이라며 "양대 노총이 개별적으로라도 동시에 총파업에 돌입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 ○…한국통신 노조는 이날 실시된 파업 찬반투표를 사측이 막기 위해 간부들을동원해 조합원들에게 투표를 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등 투표 저지 움직임이 있었다는 정보에 따라 간부회의를 열어 투표연장 방안을 논의하는 등 대책을 숙의.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위원장 河元準)는 이날 오전 10시까지 쟁위행위 돌입 여부에 관한 찬반투표를 마친 뒤 투표결과 발표를 미루는 등 지하철공사 노조의 파업중단에 충격을 받은 모습.한국노총 산하인 도시철도공사 노조는 그러나 이날 오후 3시께 전체 조합원 3천3백여명중 2천2백여명이 투표에 참가, 파업안을 가결시켰다며 1월 4∼5일 시한부 파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발표. 한편 공사측은 "창립한지 2년밖에 안되는 회사를 정상궤도로 올려놓을 때까지 파업 등 쟁의를 자제해달라"고 노조를 설득하는 한편 2기 지하철의 경우 자동운전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파업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다며 자신감을 표시. ○…파업을 풀고 현장에 복귀한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위원장 金善求)는 그동안농성을 벌여온 명동성당에서 노조사무실이 있는 군자차량기지로 사무기기와 시위용품 등을 다시 옮기느라 진땀. 지난 27일 저녁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명동성당으로 옮기고 전동차의출입마저 끊겨 한산했던 군자차량기지는 파업기간중 검수를 받지 못한 전동차들이 속속 도착하는 가운데 조합원들의 바쁜 움직임으로 생기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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