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 기업 디자이너로 일하는 서경수 씨(41·가명)는 회사에서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15분 거리에 산다. 직장이 바뀔 때마다 웬만하면 회사 근처로 이사했다. 그에게 집은 대기실 같다. 들어가서 잠만 자는 공간. 서 씨는 “개인적으로 진짜 쉬고 있지 않으면 거의 대부분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생활이 가능한 건 그가 1인 가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42%로, 1000만 가구를 넘어섰다. 하지만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국내의 본격적인 연구는 아직 드문 게 현실.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1인 가구 109명을 직접 만나 쓴 신간 ‘필연적 혼자의 시대’(다산초당)는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시도다. 서 씨와 같은 이들을 수 차례, 수 시간에 걸쳐 인터뷰하며 통계 뒤에 가려진 삶을 끌어냈다. 김 교수를 5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다산북스 제공“1인 가구들을 만나보면 커리어 이야기는 아주 적극적이고 담대하게 해요. 그런데 연애나 가족계획을 묻는 순간, 말이 흐려지죠. ‘좋은 사람 만나면요’ 같은 식으로요.”
김 교수가 현장에서 포착한 이 미묘한 머뭇거림은 ‘혼자 사는 삶=자발적 선택’이란 통념과 사뭇 달랐다. 그는 지금을 ‘솔로 권하는 사회’라고 표현했다. 노동시장이 급격히 유연화되면서 언제든 이동 가능하고, 24시간 투입 가능하며, 가족 부양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1인 가구가 현재의 노동시장에 가장 잘 맞는 형태가 됐다는 설명이다. 업무 효율에 최적화된 삶을 살다 보니 ‘어쩌다 솔로’가 된 사람들이 지금의 1인 가구라는 해석이다.
혼자 살면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식사다. 통계에 따르면 아침 식사를 거르는 비율은 다인가구의 두 배에 이른다. 하루 한 번 이상 외식하는 비율은 40%에 육박한다. 만성질환 유병률은 다인가구보다 세 배, 우울 위험은 2.4배 높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1인 가구는 사회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한 정책도 번번이 추진력을 얻지 못한다. 김 교수는 1인 가구가 겪는 문제의 핵심을 ‘관계의 결핍’에서 찾았다. 해법 역시 막대한 재정 투입이 아니라, 연결망을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 가구들이 의미를 느끼며 기여할 수 있는 삶, 가족을 이루지 않아도 사회 안에서 역할과 자리가 주어지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기부든, 자원봉사든, 작은 모임이든 형태는 다양합니다. 특히나 앞으로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산과 물건, 경험을 가족이 아닌 사회에 의미 있는 방식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경우가 늘어날 거예요. 그렇다면 이런 연결망은 오히려 이미 존재하는 자원이 순환되게 하는 거죠.”
그는 “전체의 42%가 1인 가구라면 그건 이미 다수”라며 “다수의 위험을 그냥 방치하는 게 국가의 기조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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