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덕 목사는 “서양 찬송가는 경건하고 감정을 고조시키는 특징이 있고, 국악은 덩더쿵 장단에 어느새 옆 사람과 어깨동무하고 싶도록 흥이 나게 하는 면이 있다”라며 “찬송가를 부르는 중 절로 추임새가 나오는 게 그런 까닭”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예배 중 국악 찬송가에 흥이 난 교인이 ‘얼쑤’하고 추임새를 넣기도 하지요. 억지로 하는 ‘아멘’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2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대한기독교장로회)에서 만난 한문덕 담임목사는 예배 중 찬송가를 부를 때 모습을 이렇게 설명했다. 1995년 국악반주단 ‘예향’을 창단한 향린교회는 국내에서 최초로 국악 찬송 예배를 시작한 곳. 반주는 가야금, 피리, 해금, 대금, 장구 등 국악기가 맡고, 일반적인 교회가 종으로 예배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것과 달리 이곳은 징으로 한다.
향린교회의 국악 찬송은 1993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자성에서 시작됐다.
“신자가 늘면서 대형화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500명이 넘으면 분가하는 원칙을 만들고, 예배도 우리 정서를 담을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국악 찬송가는 그런 노력 중 하나입니다.”
한문덕 목사는 “서양 찬송가는 경건하고 감정을 고조시키는 특징이 있고, 국악은 덩더쿵 장단에 어느새 옆 사람과 어깨동무하고 싶도록 흥이 나게 하는 면이 있다”라며 “찬송가를 부르는 중 절로 추임새가 나오는 게 그런 까닭”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한 목사는 “국악 반주단을 설립하려는데 당시에는 연주자가 없어 일반 교인 중 희망자를 모집해 국립국악원에 위탁 교육을 의뢰했다”라며 “‘예향’ 창단에만 2년여의 세월이 걸렸다”라고 말했다.
2000년 교회 자체적으로 국악 찬송가집을 제작한 것도 성과다. 150여 곡으로 시작한 ‘향린 국악 찬송’은 지금은 300여 곡으로 늘어났다. 대부분 자진모리장단, 중모리장단, 세마치장단, 굿거리 등 모두 우리 장단으로 작곡됐다. 신나는 우리 장단에 흥이 난 신자들이 저절로 예배 중 추임새를 넣고 어깨춤을 덩실거리는 것도 이 교회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찬송가 가사에 3·1절, 5·18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등의 내용을 담은 것도 특징. 한 목사는 “한국 교회가 3·1절, 광복절 등에 늘 기념 예배를 드리지만, 부르는 찬송가는 행사 내용이나 역사와는 관계없는 외국곡”이라며 “우리 기념일에는 우리 역사가 담긴 찬송가를 부르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물론 향린교회의 국악 찬송가는 아직 국내 기독교 공인 찬송가는 아니다. 일종의 사설 찬송가인 셈. 한 목사는 “공인 찬송가집에 국악 찬송가가 있지만 극소수”라며 “우리 교회와 우리 교회에서 분가한 몇 곳을 제외하면 거의 부르는 곳도 없는 게 사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문덕 목사는 “서양 찬송가는 경건하고 감정을 고조시키는 특징이 있고, 국악은 덩더쿵 장단에 어느새 옆 사람과 어깨동무하고 싶도록 흥이 나게 하는 면이 있다”라며 “찬송가를 부르는 중 절로 추임새가 나오는 게 그런 까닭”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지난해 ‘예향’ 설립 30주년을 맞은 향린 교회는 지금은 외국 교회 관계자들이 방한하면 꼭 들르는 명소 중 하나가 됐다. 2013년 부산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에서 국악 예배를 소개한 이후 해외에서 ‘가장 한국적인 예배’를 드리는 교회로 유명해진 것. ‘예향’은 2022년 200년 역사의 독일 카를스루에 성 스테판 성당에서 최초로 국악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한 목사는 “한국 개신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140년이 넘었지만, 한국적 교회 문화를 만드는 것보다는 양적 팽창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 영국, 미국 등 외국 찬송가는 상당수가 자기 나라 민요와 역사를 담고 있다”라며 “우리 국경일, 우리 명절 기념 예배에 우리 장단과 내용을 담은 찬송가를 부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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