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국회의원 44명의 발자취

  • 동아일보

유족회 ‘시대의 얼굴들’ 출간

“정준 의원과 나는 세비 이외의 수당금은 받지 않기로 하고 이 뜻을 연서로 국회의장에게 통고했다. … 통고문이 국회 회람장에 올려져 의원석에 돌려지고 있었다. 그것을 나보다 먼저 보고 정 의원이 내게 가지고 왔다. 그 회람장의 통고문 여백에는 ‘네놈은 돈이 많아서 그러느냐’, ‘너는 애국자가 되어서 다르구나’ 하는 온갖 야유와 욕설이 나열돼 있었다.”

제헌국회의원 신현모 선생(1894∼1975)은 유고 ‘필부불가탈지(匹夫不可奪志)’를 통해 제헌국회 당시 벌어졌던 일을 이렇게 회고했다. 신 선생은 수양동우회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두 차례 옥고를 치렀고, 한국민주당 소속으로 제헌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인물. 이 이야기는 그 아들(신광순 조선어학회선열유족회 초대 회장)이 30여 년 전 펴낸 유고 등을 통해 손자가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 글 ‘나라와 말글에 바친 삶’에 담겼다.

대한민국 제헌국회의원유족회는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최근 ‘시대의 얼굴들: 제헌국회의원을 추억하다’(미래엔·사진)를 발간했다. 책엔 제헌국회의원 중 44명의 발자취에 대한 후손들의 글이 실렸다. 윤인구 유족회장은 “생전 제헌국회의원들을 기억하고 있는 세대의 마지막 기록일 것”이라며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세대에겐 건국의 아버지들이 어떤 분이었는지를 알리고, 학자들에겐 공적 외에 인간적인 모습을 살피는 연구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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