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외래 관광객이 지난해 1200만 명, 올해는 2000만 명이 넘게 됐습니다. 청계천빛초롱축제를 비롯한 ‘K컬처’로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
‘2025 서울빛초롱축제’와 ‘2025 광화문 마켓’이 이달 12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스산한 겨울, 서울의 밤거리를 따스하게 밝혀주는 점등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올해로 17주년을 맞은 서울빛초롱축제는 ‘나의 빛, 우리의 꿈, 서울의 마법’을 주제로 2026년 1월 4일까지 24일간 진행된다. 청계천 일대(청계광장~삼일교, 오간수교)와 우이천을 아우르며, 전통 한지 등(燈)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5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제17회 서울빛초롱축제에서 청계천 폭포 앞을 장식한 첫 작품. 1887년 경복궁 건청궁에서 최초로 전등이 켜진 역사적 순간을 표현했다. 서울관광재단 제공한국관광공사의 관광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작년 행사의 경우 총 328만 명이 축제 현장을 찾았고, 축제 당시 청계광장 일대 유동 인구는 외지인 80%, 외국인 관광객이 60% 이상 증가하는 직접적인 효과를 냈다. 12일 공식 오픈 이후 주말 사이에만 무려 108만 명이 몰렸다. 이 추세면, 역대 최대 기록인 400만 명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청계천이 시작되는 지점의 폭포 앞에는 1887년 경복궁 건청궁에서 최초로 전등이 켜진 역사적 순간을 발광다이오드(LED) 영상과 한지 등으로 재현했다. 어머니와 함께 붓글씨를 공부하던 한석봉의 ‘형설지공(螢雪之功)’ 시대를 지나 전깃불이 들어오고, 전차가 다니며 ‘빛’의 속도로 발전해 온 개화기를 표현한 작품들이 이어진다.
내년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선보이는 8마리의 ‘말 조형물’도 소셜미디어 포인트로 꼽힌다. 말의 기운으로 힘차게 새해를 연다는 상징이다.이어 K컬처 모티브 ‘갓등’, 청계천 복원 20주년 기념작 ‘청계의 빛’, 15m 공중 조형물 ‘서울달’ 등이 청계천 주변을 밝힌다. 삼일교 ‘빛의 오로라’는 워터 스크린 구조에 빛을 쏘아 몽환적인 느낌을 만들어 낸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우이천 구간으로의 확장이다. ‘우이교~쌍한교’ 350m 구간에 ‘소울 라이트(Soul Light)’라는 테마로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다. 지난해 서울빛초롱축제를 빛냈던 어가 행렬이 우이천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광화문광장은 이달 31일까지 20일간 유럽 감성의 ‘겨울동화 속 산타마을’로 꾸며 변신한다. 올해 마켓은 광화문광장을 △산타마을 입구 △산타마을 놀이광장 △산타마을 마켓 빌리지 3개의 테마공간으로 구성하여 방문객을 맞이한다.
산타마을 입구는 호두까기 인형의 집부터 진저브레드 쿠키의 집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포토존을 조성했으며 산타마을 놀이광장에는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루돌프 회전목마를 설치했다. 산타마을 마켓 빌리지는 크리스마스 시즌 소품, 수공예품, 먹거리 등을 판매하는 마켓 부스를 운영해 소상공인들의 상품과 겨울 간식을 만날 수 있다.
올해 광화문 마켓에는 다양한 기관과 기업이 참여하는 ‘파트너 부스’를 마련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옥스팜 코리아, 세계교육문화원뿐 아니라 디즈니코리아(아바타: 불과 재), 바버(Barbour), 네스프레소(Nespresso) 등 글로벌 협업 파트너들의 브랜드 체험존도 있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 인터뷰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서울은 겨울에 엄청 춥고 스산한 곳입니다. 청계천 물길 위에서 펼쳐지는 ‘빛초롱축제’와 광화문 마켓은 서울의 밤풍경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마법같은 축제입니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는 코로나 이후 4년 넘게 서울의 외래관광객 유치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다. 여의도 야경을 볼 수 있는 ‘서울달’을 비롯해 ‘서울컬처라운지’, ‘청계소울오션’ 등 한국을 알리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서울썸머비치’와 ‘서울빛초롱축제’ ‘광화문 마켓’처럼 계절에 따라 관광객과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도 매년 확대해왔다. 그 중에서도 ‘서울 등산관광센터’는 외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K등산 붐’을 일으켰다.
서울컬쳐라운지에서 낙산공원 서울성곽길 그리기 수업에 참여한 외국인 관광객.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2021년 취임했을 때 코로나라 관광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할 때라고 생각했죠. 때마침 독일에서 온 지인이 ‘서울에 오니까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게 너무 좋다. 산에 있는 절이 너무 아름답다’고 하시더군요. 유럽 국가에서는 도시에서 산에 가려면 최소 6시간은 차를 타고 가야해요. 동남아 국가에서는 산이 정글이라 들어갈 수가 없죠. 반면 지하철을 타면 30분 거리에 명산을 찾을 수 있는 도시는 세계에서 거의 없습니다. 이 말에 영감을 얻어 외국인도 쉽게 서울 산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등산관광’을 기획했습니다.”
지난 11월 열린 ‘서울하이킹 위크’ 트레일러에 참가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이령 단풍길을 달리고 있다.―서울 등산관광센터 열게 된 과정은. “외국인 관광객 30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서울의 산에 가고 싶다는 사람이 85%였어요. 그런데 등산화나 스틱 등 부피가 큰 등산용품이 없어 산에 가기 불편하다는 이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서울관광재단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등산용품을 렌탈해주는 사업을 시작했어요. 탈의시설, 샤워시설을 갖춘 등산관광센터를 북한산에 1호점, 북악산에 2호점, 관악산에 3호점이 잇달아 오픈했습니다.
BAC 실내 클라이밍 센터에서 안전교육을 받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 서울관광재단 제공외국인에게 등산화, 등산복, 스틱, 장갑, 모자까지 등산용품을 저렴하게 빌려주고, 세탁까지 해서 채워넣는 시스템을 개발했죠. 전례가 없던 일이라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센터 부지를 찾아내고, 등산용품 세척 업체, 운영 가이드라인 등 직원들과 함께 백지상태에서 일궈온 사업이라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등산관광센터는 올해 6월 누적방문객 10만 명이 넘었습니다. 각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하겠다고 연락이 오고 있는 걸 보면 ‘K-등산’이라는 새로운 한류를 이끌었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2025 서울 하이킹 위크 기간 중 서울 북악산에서 열린 청사초롱 산행. 서울관광재단 제공―서울 빛초롱축제를 청계천 뿐 아니라 우이천까지 확장한 배경은. “서울시의 주요 시정 목표 중 하나는 ‘수변감성도시’입니다. ‘물에 비친 한지 등불’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서울 빛초롱축제는 그 대표적인 사업이죠. 청계천 뿐 아니라 한강의 지천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우이천은 북한산을 조망하며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물멍’과 ‘산멍’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관광 미래비전 3377’(3천만 외래 관광객 유치, 1인당 지출액 300만원, 체류일 7일, 재방문 70%) 전략을 선포한 바 있다. 길 대표는 “3000만 외래관광객을 달성하기 위해 ‘예술관광’ 활성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에 관광객이 몰려오는 이유는 ‘케데헌’ ‘오징어게임’ 등을 비롯한 K팝, K드라마, K푸드 등 한류붐 덕분입니다. 그런데 이런 붐은 언젠가는 변곡점이 있을 수 밖에 없죠. 그걸 대비해서 ‘포스트 한류’를 예술로 잡았습니다. 파리와 런던, 뉴욕의 공통점은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자리하고 있어 매년 수많은 방문객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국내 예술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공연시장 규모는 사상최초로 1조 2000억 원을 넘어섰고, 한국 미술 시장은 3배로 커졌습니다. 서울도 미술과 뮤지컬, 오케스트라 등 예술을 감상하는 관광으로 재방문율을 크게 높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공연, 전시, 관광 분야 총 84개사가 참여하는 국내 최대 예술관광 민관협의체인 ‘서울예술관광얼라이언스(SATA)’를 발족했습니다. 지난 9월에는 키아프 서울(Kiaf SEOUL)과 협력해 화랑 투어를 진행했고, 10~11월에는 외국인 대상으로 예술 투어인 ‘ARTS IN SEOUL’을 15회, 외국인 200여 명 대상으로 시범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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