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성직자’ 도입 목소리 커져…“소방관 트라우마 보듬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0일 19시 43분


트라우마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소방관들의 심리적 안정과 상담을 위해 군종 장교, 경목·경승처럼 소방 성직자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경기 양주 5기갑여단 호국철갑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법원 스님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군종특별교구 제공
트라우마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소방관들의 심리적 안정과 상담을 위해 군종 장교, 경목·경승처럼 소방 성직자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경기 양주 5기갑여단 호국철갑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법원 스님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군종특별교구 제공
최근 종교계 안팎에서 참혹한 재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소방관들을 위한 ‘소방 성직자’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방 성직자는 군목·군승, 경목·경승처럼 소방직과 소방관에게 특화된 이른바 ‘소방목·소방승’(가칭) 등을 일컫는다.

소방 성직자 도입 논의는 지난 여름에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 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2명이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되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두 사람 모두 트라우마 때문에 여러 차례 심리 상담 및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 소방청의 전체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상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6만여 명 중 4375명(7.2%)이 PTSD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 선택 시도로 인한 치료는 3141명(5.2%), 우울증은 3937명(6.5%), 수면장애는 1만6921명(27.9%)에 이른다. 절반에 가까운 2만8374명(46.8%)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

트라우마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소방관들의 심리적 안정과 상담을 위해 군종 장교, 경목·경승처럼 소방 성직자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경기 양주 5기갑여단 호국철갑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법원 스님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군종특별교구 제공
트라우마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소방관들의 심리적 안정과 상담을 위해 군종 장교, 경목·경승처럼 소방 성직자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경기 양주 5기갑여단 호국철갑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법원 스님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군종특별교구 제공
한석훈 한국기독소방선교회장은 “소방관도 사람이라 대형 참사 현장에서 사선을 넘다 보면 당연히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를 겪는다”라며 “하지만 ‘소방관은 강해야 한다’라는 직업적 압박이 크기 때문에 고민이나 정신적 어려움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신앙 상담의 대부분이 삶의 고민을 털어놓는 데서 시작하는 만큼, 소방 성직자는 소방관들의 정서 안정이나 심리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일반적인 사회 상담사나 의사들이 소방관의 직업적 어려움과 고충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도 소방 성직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방부 군종정책과장인 종오 스님(대령)은 “치료, 상담 등을 위한 첫 단계가 라포(ropport·상담자와 피상담자 간의 상호 신뢰 관계) 형성인데, 군종 장교나 경목·경승처럼 자기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마음을 여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전쟁의 참혹함, 참사로 수십 명이 죽은 현장을 겪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상담의 질’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종오 스님은 “미군 군종 목사의 경우 전쟁·전투로 인해 파괴된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영혼의 돌봄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종교 활동을 넘어 상담, 정신적 위기 개입 등의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과정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 출신으로 은퇴 뒤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는 경찰선교회 김병철 대표 목사는 “피비린내를 맡아본 적이 없는 일반 상담사가 참혹한 현장의 기억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형사의 고충을 얼마나 피부로 느낄 수 있겠느냐”며 “군종 장교, 경목·경승처럼 소방 성직자가 생긴다면 소방관들의 심리적 안정이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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