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비극의 재해석…국립극단 ‘안트로폴리스’ 5부작 막 올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16일 14시 43분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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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화해와 구원보다, 비극다운 비극이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윤한솔 연출)

“어릴 때부터 존경했던 배우 전혜진의 상상 못 했던 모습을 보실 겁니다.”(김수정 연출)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비극을 탐구한 5부작 ‘안트로폴리스(Anthropolis)’가 10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가 쓴 작품으로, 윤한솔이 연출을 맡은 1부 ‘프롤로그/디오니소스’(10~26일)에 이어 11월 6~22일 같은 장소에서 2부 ‘라이오스’가 상연된다. 3~5부는 내년에 무대에 오른다. 1, 2부의 연출가들이 16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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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프롤로그/디오니소스’는 테베 왕가의 건국 과정과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에 도전하는 자들을 벌하고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원작은 디오니소스가 자기를 신으로 인정하지 않는 펜테우스를 처벌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집단적 광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현대 사회의 야만성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배우 18명이 무대에 오르는 대규모 프로덕션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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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연출은 “요즘은 사회적으로 아픔이나 상처에 대해 치유와 구원을 얘기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것이 멜로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며 “지금 시대에 비극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을 갖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왕 극의 제목을 ‘비극’이라 이름 붙인 마당에, 그런 결말로 넘어가기 이전의 상태에 대해 말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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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라이오스’는 1인극이다. 라이오스는 오이디푸스의 아버지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이다. 5부작 중 유일하게 각색하지 않은 쉼멜페니히의 창작 희곡으로, 라이오스가 테베의 왕위에 오르기까지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독일에서 올해의 여배우, 연출, 작품상을 휩쓴 작품으로 배우 전혜진이 주연을 맡아 18개 역할을 소화한다.

김수정 연출은 “배우 전혜진은 미디어를 통해 많은 분이 접했던 것 외에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며 “연습할 때도 경이로울 정도로 다면적인 모습을 보았고, 관객도 여기서 재미를 느낄 수 있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독일 함부르크 도이체스 샤우슈필하우스에서 2023년 초연, 2024년 재연했다. 전체 5부작을 3일 동안 10여 시간에 걸쳐 마라톤 공연을 시도했으며, 고대 그리스 신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권력, 세대 간 갈등,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질문을 던져 호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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