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발전이 앞당긴 게임업계 구조조정… ‘살벌하네요’[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인공지능(人工智能, 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 이 처음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것은 아마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었을 겁니다. 오목이나 체스라면 몰라도,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고 무궁무진한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바둑이라면 AI가 인간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도 그때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이후 AI는 엄청난 발전과 함께 누구나 카카오톡 프로필에 ‘지브리’ 풍으로 꾸며진 자신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AI의 발전이 인간에게 행복으로만 다가온 것은 아니었죠. 많은 전문가들이 AI 시대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을 예견했습니다.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환경에서, 정형화되고 노동집약적인 산업부터 경고등이 켜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죠.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게임 산업군이었고, 슬프게도 그러한 예측은 맞아 떨어졌습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열린 것은 2016년. 채 10년이 되기 전에 서릿발 칼날진 구조조정의 여파가 게임업계를 뒤덮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규모 구조조정의 소식은 고용 경직성이 옅은 해외에서 먼저 들려왔습니다. 더 버지 등 주요 외신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리해고를 단행했다고 대서특필한 바 있습니다. 지난 5월에 6천 명을, 그리고 두 달 뒤인 7월에 9천 명 이상을 경질해 2025년에만 도합 1만 5천 명 이상의 인력을 감축했습니다. 주로 Xbox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 부문에 중점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나 게이머들의 우려를 자아냈죠.

1만5천 명에 이르는 구조조정으로 게임사업에 불안감이 커진 마이크로소프트 /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발췌
1만5천 명에 이르는 구조조정으로 게임사업에 불안감이 커진 마이크로소프트 /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발췌
모바일 퍼즐 게임 ‘캔디 크러시 사가’로 유명한 킹(King) 역시 구조조정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약 200명이 2025년 내에 해고됐습니다. 지역별로는 스톡홀름에서 96명, 바르셀로나에서 30명, 기타 지사에서 7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블리자드도 ‘워크래프트 럼블’ 팀 소속의 200명을 경질했고, ‘포르자 모터스포츠’ 시리즈로 유명한 턴 10 스튜디오도 전체 인력의 50%에 가까운 70명이 감원되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로 유명한 스퀘어 에닉스도 지난 11월에 북미와 유럽 지역 개발·QA·마케팅 등의 부서에서 약 130명 이상이 해고됐습니다. 스퀘어 에닉스 측은 이번 조치를 통해 연간 약 30억 엔 규모의 비용 절감을 기대한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조정이 2025년에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글로벌 감원 정리 사이트 ‘Game Industry Layoffs’에 따르면 지난 2023년과 2024년에 글로벌 지역에서 최소 2만 천 명 이상의 게임 개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합니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게임 엔진 개발사 유니티가 지난 2024년 1월에 1천8백 명 규모의 인원을 감축했고,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소니IE)는 지난 2024년 2월에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부문에서만 약 900명을 해고했습니다. 미국의 일렉트로닉 아츠(EA)가 동월에 약 670명을, 테이크투 인터랙티브(T2)가 4월에 약 600명을, 라이엇 게임즈가 1월과 10월에 총 560명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AI 혁신과 구조조정을 동시 진행중인 크래프톤 / 사진: 홈페이지 발췌
AI 혁신과 구조조정을 동시 진행중인 크래프톤 / 사진: 홈페이지 발췌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요? 국내도 구조조정의 칼날이 매섭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지난 11월 12일에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전사에 알렸습니다. 최대 36개월 치 월급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넥슨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개발했던 니트로 스튜디오를 정리했고, 위메이드가 ‘블랙 벌처스’ 개발팀을, 컴투스가 ‘제노니아’ 개발팀인 라운 스튜디오를 철수시키며 많은 인원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물론 이러한 구조조정 여파가 오롯이 AI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코로나 시절에 전체적으로 급등한 개발자들의 몸값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사들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이 근본적 원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 효율의 극대화를 따지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AI로 줄어든 인력을 대체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실제로 국내 대부분의 메이저 게임사들이 ‘미래는 인공지능’이라고 외치고 있으며, 게임업계 경영진의 AI 사랑은 갈수록 노골적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4일에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크래프톤은 ‘AI 퍼스트(AI First)’ 전략을 자사의 미래라고 밝혔습니다. 엔씨소프트 또한 AI 활용 능력과 자동화 역량을 주요 채용 평가 기준으로 삼겠다고 발표했죠. 아예 컴투스는 지난 10월에 ‘AI 엔지니어’와 ‘생성형 AI 아티스트’, ‘AI 모델 개발자’ 직군의 신입 개발자 채용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스퀘어에닉스가 지난 11월 6일에 공식 보고서를 통해 2027년 말까지 A 및 디버깅 작업의 약 70%를 AI로 자동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다양한 AI 기반의 게임들(사진: 스팀 발췌)
다양한 AI 기반의 게임들(사진: 스팀 발췌)
외신인 ‘토털리 휴먼 미디어’에 따르면, 올해 PC의 게임 플랫폼인 스팀(STEAM)에 출시된 약 11만4천 개 게임 중에 7%인 7천 818개가 AI를 활용한 게임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합니다. 

또 지난 10월 시장조사 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 리포트에서는 글로벌 게임 AI 시장이 지난 2024년에 58억5천만 달러(약 8조 5천9백 억 원)에서 올해 70억5천만 달러(약 10조 3천5백5십억 원)로 확대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오는 2034년 378억9천만 달러(약 55조 6천5백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AI로 개발되는 게임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 되지도 않은 상황이라 말합니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더 많은 게임들이 직간접적으로 AI를 활용할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AI가 게임에 보다 활용 될수록 더 많은 개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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