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에 질문하는 용기…교과서 밖의 진짜 배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14일 17시 56분


◇세상을 바꾼 위대한 질문들/박인호 지음/328쪽·1만8000원·글로세움

한 학생이 엘리베이터를 타며 문득 궁금해했다. “사람들이 한쪽으로 몰리면 엘리베이터의 무게 중심이 바뀔까?” 또 다른 학생은 점자(點字)를 보며 궁금해했다. “이 점자가 정말 제대로 되어 있을까?”

작은 질문이었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직접 조사하고, 실험하고, 전문가에게 물었다. 그 결과 교내 16곳의 점자 오류를 찾아냈고, 학교는 이를 즉시 수정했다. 엘리베이터라는 일상적 공간이 물리학과 언어 탐구의 현장이 된 순간이었다.

이는 최근 경기 용인외대부고에서 있었던 일이다. 박인호 교감은 신간 ‘세상을 바꾼 위대한 질문들’(글로세움)에서 이 사례를 소개하며 “이 학생들은 당연하고 친숙한 것에 용기 있게 질문을 던졌고, 세상의 한 부분을 바꿔냈다”며 “이것이 교과서 밖에서 일어나는 진짜 배움”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감은 나아가 하버드부터 프린스턴까지, 미국 명문대 20곳의 캠퍼스를 찾아 입학사정관들을 인터뷰했다. 챗GPT가 1초 만에 정답을 알려주는 시대에, 이들 대학이 ‘정답을 외우는 교육’ 대신 ‘좋은 질문을 던지는 법’을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가 만난 입학사정관들의 메시지는 놀라울 만큼 일관됐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이 원하는 인재는 정답을 외운 학생이 아니라, 남들이 생각지 못한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람이었다. 하버드 입학사정관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보고 싶은 건, 배움이 당신의 삶과 가치에 어떻게 연결되는가입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대신할 수 없는 건 바로 그 ‘연결의 힘’이다.

책은 장마다 ‘The Great Question’ 코너를 두어 각 대학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던진 질문을 함께 담았다. 프린스턴의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할까?”라는 질문으로 양자역학의 문을 열었고, MIT의 노엄 촘스키는 “우리는 누구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가?”라고 되물으며 학문의 지형을 바꿨다. 시카고대의 자유 인문학, 컬럼비아의 저널리즘 정신, 다트머스의 AI 연구까지 모든 혁신의 출발점에는 기존 질서를 의심한 질문이 있었다.

박 교감은 수십 년간 학생들을 지켜본 교육자로서, 공부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했다. 공부가 어떻게 즐거움으로 바뀌는지를 일깨워준다.

“많은 학생이 공부를 힘들어하는 이유는 끊임없는 비교 때문이다. 비교의 독을 해독하는 특효약은 호기심이다. 진짜 궁금한 것 앞에서는 남과의 비교가 무의미해진다. 오직 알고 싶다는 욕구만이 남는다. 그때 공부는 놀이가 되고, 탐험이 되며, 모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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