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 열려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나의 전기적 우화”
“삶은 고통으로 가득 그래서 괴물에 끌려”
“내 영화는 불완전함과 용서에 관해 얘기”
“나 역시 영화만 아는 불완전한 인간이야”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화 ‘프랑켄슈타인’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가 1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9.19. pak7130@newsis.com
“아마도 이 영화는 제 전기(傳記)일지도 몰라요.”
기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61) 감독은 새 영화 ‘프랑켄슈타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가 아버지가 된 뒤에 ‘프랑켄슈타인’은 나와 내 아버지에 관한 우화가 했다”며 “원작 소설에 제 전기가 들어가면서 개인적인 프로젝트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메리 셸리 작가가 1818년 내놓은 SF 고전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원작이다. 소설을 뼈대로 델 토로 감독만의 재해석을 더한 이 작품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델 토로 감독이 한국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델 토로 감독은 ‘셰이프 오브 워터’(2018)로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오스카 작품·감독상을 받았고, 애니메이션 영화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2022)로는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거장이다. 이들 작품과 함께 ‘헬보이’(2004) ‘판의 미로’(2006) 등 크리쳐가 나오는 판타지 영화를 주로 만들어 판타지 장인, 크리쳐물을 예술로 끌어올린 연출가로 평가 받는다. 새 영화 ‘프랑켄슈타인’ 역시 크리쳐물의 원조 격인 소설을 영상화했다.
“많은 작품에서 우린 아름답고 행복하고 두려움이 없는 사람을 보게 돼요. 그런데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고 완벽하지도 않죠. 이때 괴물은 불완전한 성자(聖者)와 같습니다. 괴물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대변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비범함을 보여주죠. 그리고 괴물은 좋은 심벌이기도 합니다. 사회·종교·정치적인 코멘트가 되죠.”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앞서 수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델 토로 감독은 “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이번 영화 역시 원작은 물론 다른 영화와도 다르다”고 했다. “이렇게 말해볼게요. 제 작품에선 크리쳐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부터 다릅니다. 영화의 엔진이 달라지는 겁니다. 그러면 당연히 캐릭터도 달라지겠죠. 자연스럽게 원작엔 없는 주제를 다루게 돼요. 가장 현대적이며 가장 열정적인 ‘프랑켄슈타인’입니다.”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델 토로 감독의 다른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미술과 의상 등 기술적인 면에서도 독보적인 수준을 보여준다. 그는 영화 촬영에 앞서 9개월에 걸친 준비 기간이 있었다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정말 하루종일 얘기할 수도 있어요. 정말 꼼꼼하게 준비했거든요.” 다만 그는 그렇게 준비했는데도 계획대로 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델 토로 감독은 “그런 사고가 오히려 더 좋다”고 말했다.
“계획이 뒤틀어지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잖아요. 어떤 완벽주의자들에게도 사고는 항상 생깁니다. 그런데 그 사고는 좋은 사고입니다. 사고를 통해 영화는 더 좋아지는 법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존재인 괴물, 완벽할 수 없는 영화 만드는 과정에 관해 얘기한 델 토로 감독은 자신의 영화들은 결국 불완전함과 용서에 관한 얘기라고 했다. “지금은 모두가 이분법적입니다. 100% 좋은 것과 100% 나쁜 것으로 나눠요. 하지만 우린 다 가운데에 있습니다. 아침엔 성인인데 저녁엔 악인이 될 수 있어요. 우린 불완전함을 인식하고 인정하고 용서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럼 우린 남의 이야기를 더 잘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델 토로 감독은 자신을 영화를 만드는 것 외엔 다른 건 다 잘 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모든 면에서 불완전해지면서까지 영화를 만들고 있기에 자신의 영화는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전 좋은 가족 구성원도 아니고, 좋은 친구도 아닙니다. 좋은 가족과 친구가 될 시간에 전 영화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많은 걸 놓치고 있어서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들고 있는 것이기에 영화는 내게 너무 중요한 겁니다. 너무 많은 희생이 있으니까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