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수치 대입해 한국 분석… 높은 교육열-혼외출산 기피 등
저출산 원인 총체적으로 결합… “종교-가족-정부 역할 등 중요
◇최후의 인구론/폴 몰런드 지음·이재득 옮김/304쪽·1만9000원·미래의창
서울의 한 여성병원에서 신생아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최후의 인구론’의 저자는 “인류라는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각들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인류가 새 시대로 접어들며 진통을 겪고 있지만, 정작 아이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뉴스1
한국 출산율 하락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한국을 대표적 사례로 내세워 문제를 수사적으로 지적하는 해외 학자도 많다. 조앤 윌리엄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머리를 움켜잡으며 “한국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될 정도로 우린 충격적인 표현을 수차례 들어왔다.
하지만 영국 인구통계학자인 저자는 신간에서 ‘계산기’를 들고 한국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예를 들면 ‘합계출산율’(여성이 가임 기간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0.8명은 한 세대의 두 사람이 다음 세대에선 0.8명이 된다는 뜻이다. 100명이 40명의 자녀를 낳는 셈. 만약 그 자녀들의 합계출산율도 0.8명이면 다시 16명을 낳게 된다. 새로 태어난 인구만 산술적으로 비교해보면(부모세대 제외), 두 세대 만에 인구의 84%가 사라지는 셈이다.
2023년 한국 합계출산율이 0.72명인 걸 고려하면 이 계산도 그나마 긍정적인 수준이다. 더군다나 한국은 여전히 여아보다 남아가 많이 태어난다. “여성이 전체 인구의 절반 미만이라면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더 많은 아이를 낳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므로 결국 인구 감소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진다.”
‘최후의 인구론’은 인구 감소가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노동력 부족과 연금 위기, 급증하는 부채 등 인구 감소로 인한 문제는 끝이 없다. 미국이나 유럽 등도 이민자 유입으로 겨우 버티고 있을 뿐, 지구상 어느 나라도 이 재앙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특히 저자는 “저출산을 만들어내는 요소가 결합된, 총체적 위기의 전형”이라며 한국을 주요 사례로 언급한다. 교육열이 높아 자녀를 한 명만 낳아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문화가 깊이 뿌리내렸다는 지적이다. 높은 교육을 받은 여성이 가사 부담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기피한다고도 했다. ‘노키즈’ 같은 문화가 퍼지는 것 역시 문제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결혼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혼외출산도 거의 없다면 출산율 급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반론에 대한 ‘재반박’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환경 문제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이들에겐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건 새로운 세대”라고 반박한다. 출산이 여성의 행복을 해친다는 주장을 향해선 “여성의 자유와 행복이 증진되기 위해선 일단 여성 인구가 존재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저자는 출산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도록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있다고도 조언한다. 이스라엘은 출산을 장려하는 유대교 덕분에 출산율이 급락하지 않고 있다. 조지아는 정교회의 총대주교가 출산한 아이들에게 직접 세례를 내리고 대부가 되면서 문화를 바꾼 덕에 출산율이 잠시 상승한 경험이 있다. 저자 자신이 출산한 딸을 병원에 데려다주고 대신 손주를 봐줬던 경험을 풀어놓으면서 ‘조부모’의 역할도 강조한다. 정부의 출산 장려 지원금도 없는 것보단 낫다고 평가한다.
솔직히 뻔한 제언이라고 효과가 있을지 갸우뚱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문제든 마법 같은 해결책이 있던가. “자유와 기회를 포기하지 않고도 출산을 중심에 두는 사고와 생활방식을 ‘발명’해 내야 한다”는 말처럼 답은 실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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