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곡모전 ‘AI’우승에…“이제 뭐 먹고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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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6일 0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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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작곡가는 한 작곡 공모전에서 심사한 소회를 1일 X(옛 트위터)에 공유했다. 그가 훌륭하다고 평한 1위는 인공지능(AI)이 작곡한 것이다. (X 화면 갈무리)
김형석 작곡가는 한 작곡 공모전에서 심사한 소회를 1일 X(옛 트위터)에 공유했다. 그가 훌륭하다고 평한 1위는 인공지능(AI)이 작곡한 것이다. (X 화면 갈무리)
“이걸 상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리고 이제 난 뭐 먹고 살아야 하나”

‘히트곡 제조기’ 김형석 작곡가는 이달 초 X(옛 트위터)에 한 작곡 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소회를 남겼다. 우승 곡을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AI)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심경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6일 시장분석업체 마켓닷어스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이용한 글로벌 음악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2900억 원에서 2032년 약 3조 3800억 원으로 11배 성장할 전망이다.

생성형 AI는 음계 간 수학적 관계인 화성학을 이해해 작곡할 수 있다. 음계와 같이 연속된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 인공 신경망이 적용됐다. 고도화를 거치면서 코드진행 등 전개가 자연스러운 작곡을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공개된 작곡AI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화성학을 몰라도 몇 분 내 대중가요도 만들 수 있다.

지난해 5월 공개된 구글 ‘뮤직LM’은 ‘저녁파티에 어울리는’ 등 추상적인 명령어만으로도 재즈 음원을 만들어낸다. 지난해 메타(옛 페이스북)가 오픈소스로 내놓은 ‘뮤직젠’은 10초 분량의 음악을 만드는 데 80초가 걸린다.

창작뿐 아니라 편곡 등 재활용에서 인건비와 시간을 절감할 수 있어 국내 업계에서도 관련 기술 투자가 활발하다.

지니뮤직(043610)은 2022년 음악 AI 스타트업 주스를 51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후 주스의 기술력으로 가수 테이의 ‘같은 배게’를 편곡해 드라마 삽입곡으로 활용했다.

기술 활용이 활발해짐에 따라 저작권 문제도 따라온다. 현행 저작권법상 권리 주체는 인간뿐이다. 2022년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는 크리에이티브마인드의 AI ‘이봄’의 작업물 ‘사랑은 24시간’을 등록했다가 저작권료 지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종현 크리에이티브마인드 대표는 “작곡 AI뿐 아니라 인간 작곡가가 후처리 형태로 창작에 투입되기도 한다”면서 “인간 협업 등 다양한 형태의 창작을 인정하려면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한음저협은 AI와 협업물에서 인간의 지분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전적으로 인간의 설명에 기반한 것이라 이를 검증할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음저협 관계자는 “AI가 100% 작곡한 곡임에도 사람이 기여도를 부풀리면 이를 검증·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범유경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저작권법 내 조항을 신설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범 변호사는 “AI는 자연인도 법인도 아니기에 수익 배분 주체는 될 수 없다”며 “새로운 창작 도구가 출현한 것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인간이 작곡 AI를 통제한 수준과 학습 데이터 등이 공개돼야 제도 신설을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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