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의 천재 과학자… 의외로 가까운 곳에[곽재식의 안드로메다 서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6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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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과 첫 수교 맺은 공산국 헝가리… 대표적인 천재 과학자 폰 노이만
그가 관여한 냉전시대 美 핵전략
우리 현대사에도 영향 미쳤을 듯
◇미래에서 온 남자폰 노이만/아난요 바타차리야 지음·박병철 옮김/576쪽·2만9000원·웅진지식하우스

한국과 별 상관없어 보이는 먼 나라가 의외로 우리와 관계가 꽤 깊다는 사실이 보일 때가 있다. 대표적으로 헝가리가 그렇다. 혹시 헝가리를 어떤 나라로 알고 있는가. 헝가리 사람 중에 이름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헝가리는 1989년 당시 대표적인 반공 국가였던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정식 수교를 맺은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다. 헝가리 사람들도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든가, 헝가리에서도 국물 요리가 인기 있다든가, 헝가리어에 한국어처럼 조사가 있다는 등 한국과 헝가리의 재미난 공통점을 찾아볼 수도 있겠다.

과학 분야에서 한국이 헝가리에 관심을 두는 이유로 이른바 ‘헝가리 현상’도 꼭 같이 이야기해 볼 만하다. 헝가리는 인구 약 1000만 명의 크지 않은 나라다. 국토의 위치도 유럽 중심 지역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자를 15명이나 배출한 나라다. 노벨상 수상자가 단 한 명밖에 없는 한국으로서는 부러울 만한 숫자다. 어떻게 헝가리에서는 훌륭한 수학자, 과학자들이 그렇게 많이 태어났을까. 이 수수께끼를 바로 ‘헝가리 현상’이라고 부른다.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헝가리에는 화성인들이 정체를 숨기고 천재 과학자로 살아간다”는 농담이 퍼질 정도였다고 한다.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은 그 헝가리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특히나 더 천재라고 불리던 존 폰 노이만(1903∼1957)의 일생을 다룬 책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신동이라고 소문이 났다. 그가 수학에만 빠질까 걱정한 부모님 때문에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으면서도 졸업하자마자 단숨에 수학 박사 학위를 따낸 전설적인 기록에서부터 양자이론 같은 과학 분야, 게임이론으로 대표되는 경제학 분야, 현대식 컴퓨터의 발명과 연결되는 공학 분야까지 놀랍고 화려한 업적들이 책에 잘 소개돼 있다. 책은 폰 노이만의 업적 그 자체를 명확히 짚는 대신 그가 공헌한 분야 전반을 소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다양한 지식을 접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전공자들 사이에선 너무나 유명한 인물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폰 노이만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아보기에도 괜찮은 책이다.

책에서는 폰 노이만이 원자력과 게임이론 전문가로서 냉전 시기 미국의 핵전략 개발에 관여한 이야기도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다. 냉전에 큰 영향을 받았던 한국 현대사에 폰 노이만의 전략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뜻이다. 저자에 따르면 폰 노이만은 소련의 수소폭탄 개발 이후 핵전쟁을 걱정하며 우울함에 빠졌다고 한다. 만약 그가 80대까지 생존해 그의 고국인 헝가리와 반공국가 대한민국이 수교하는 등 냉전이 평화롭게 종식되는 모습을 보았다면 무척이나 감격하지 않았을까. 흥미진진한 그의 삶을 읽을수록 초인적인 천재가 좀 더 가깝게 다가온다.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천재 과학자#헝가리#폰 노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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