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적 택한 日 바둑천재 스미레 “목표는 랭킹 2위”

  • 뉴시스
  • 입력 2024년 3월 4일 1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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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바둑 수준 높아…우선 1승이 목표"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열심히 하겠다"
존경하는 기사는 박정환·최정·오유진 9단

“사실 불안감이 많다. 한국에는 강한 기사들이 많고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열심히 하겠다.”

일본의 ‘바둑 신동’ 나카무라 스미레(仲邑菫·15) 3단은 4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하는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일본 매체 기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한종진 한국프로기사협회 회장도 함께 했다.

나카무라는 일본 프로기사인 아버지 나카무라 신야 9단과 아마추어 바둑 강자인 어머니 슬하에서 3살 때부터 바둑을 배웠다. 2017년 한국으로 건너와 2019년까지 ‘한종진 바둑도장’에서 공부했다. 나카무라가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내자 일본기원은 2019년 영재 특별전형으로 입단시켰다. 10세 30일로 일본 바둑계 사상 최연소 입단 기록이다.

입단 후 나카무라는 승승장구했다. 특히 지난해 2월 13세11개월 나이에 여류기성전 우승을 거머쥐며 일본 바둑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새로운 환경에서 더 강한 프로기사가 되고 싶다”며 같은해 7월 한국기원으로 이적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일본 바둑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일본 프로기사가 한국으로 이적한 건 스미레가 처음으로, 이달부터 한국기원 객원기사로 활동하게 됐다.
나카무라는 지난 3일 경기도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5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본선 1라운드 4경기에서 이창석 9단에게 220수 만에 불계패했다.

한국 이적 첫 공식 대국에서 아쉽게도 패한 것에 대해 나카무라는 “어제 처음 대국을 하면서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여류 기사 중에서 랭킹 2위까지 오르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일단 5년 내에 목표 달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말로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왜 2위를 목표로 삼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카무라는 “1위가 현실적으로 무리일 것 같다. 한국 바둑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2위만으로도 충분히 실력을 끌어올린 것 같다”고 답했다. “한국 바둑계에는 사소한 부분도 더 중요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나도 사소한 부분에서 약한 면이 있기 때문에 한국기원에서 많이 배우면서 강화할 생각이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하면서 랭킹 2위라는 목표를 꼭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종진 회장은 “스미레를 통해서 바둑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과거에 한국 바둑이 일본 바둑을 배우면서 성장했다. 스미레를 통해 양국 바둑계가 교류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스미레가 2위를 목표로 한다는 건 겸손의 말로 느껴진다. 분명히 1위를 목표로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카무라는 이틀 전에 생일을 맞았다. 생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묻자 “김치찌개를 먹었다”고 밝혔다. “한국어는 특별히 공부한 것은 없다. 어릴 때부터 한국에서 지냈기에 자연스럽게 배웠다”고 했다.

객원기사 신분이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모든 기전에 출전할 수 있다. 욕심나는 기전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녀는 “워낙 많은 대국이 있어서 특정짓고 싶지는 않다. 가까운 목표로는 우선 1승을 거두고 싶다”고 했다.

존경하는 한국 기사로 박정환 9단, 최정 9단, 오유진 9단을 꼽았다. 그 이유에 대해 “3명 모두 바둑을 잘 두고, 성격도 좋고 친절하다”고 설명했다. 바둑 외에 어떻게 한국생활을 하고 싶은지 묻자 “친구들이랑 놀고 싶다”며 15살 소녀다운 답변을 내놨다. “K팝과 가수 아이유를 좋아한다. 영화를 보고 노래방 가고 싶다”고 했다.

나카무라는 오는 11일 열리는 제5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본선 2라운드 1국에서 박정환 9단을 상대로 첫 승 도전에 나선다. “박정환 9단과 대국할 수 있는 것 자체로 기쁘다. 세계 톱 기사이기 때문에 대국하는 것이 긴장되지만, 정말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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