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로 시작한 지휘자… 이젠 꿈의 무대서 펼쳐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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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스루에 수석지휘자 양유라
9월부터 獨라이프치히서 활동
코펜하겐 왕립오페라 데뷔도 앞둬
“세계적 무대에 설 기회 놓칠 수 없어”

“독일 라이프치히 오페라는 세계적 명문 악단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 꿈의 무대죠. 마침 다른 극장에서 음악 총감독을 맡을 기회도 있었지만, 라이프치히를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지휘자 양유라(34·카를스루에 국립극장 수석지휘자·사진)가 올해 9월부터 독일 라이프치히 오페라 수석지휘자(제1 카펠마이스터)로 활동한다. 양 씨는 이 극장 음악총감독 크리스토프 게트숄트와 호흡을 맞춰 하반기 시즌부터 훔퍼딩크 ‘헨젤과 그레텔’, 베버 ‘마탄의 사수’, 모차르트 ‘마술피리’,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를 비롯한 오페라와 발레 등을 지휘하게 된다.

라이프치히 오페라는 1693년 설립돼 33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극장이며 아르투어 니키슈, 구스타프 말러, 리카르도 샤이 등의 명지휘자가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외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그의 이름은 사실 국내 클래식 팬들에겐 다소 낯설다.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음악과 늘 가까웠지만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하지는 않았죠. 일반 고등학교를 다니다 너무나 지휘자가 되고 싶어서 부모님을 설득했고 짧은 시간 동안 음대 입시 공부를 했지만 결과는 낙방이었어요.”

그는 음악의 고향인 독일에서 부딪쳐 보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1년만 해 보고 길이 안 보이면 돌아오라”는 승낙을 받았다. 데트몰트 음대에 입학한 그는 2012년 빌레펠트 오페라에 피아니스트로 채용됐고 이후 여러 극장에서 피아니스트와 연습 지휘자 등을 거치며 커리어를 쌓아 나갔다. 2018년 킬 오페라에서 지휘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여인’은 그의 커리어가 한 차례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예전의 명메조소프라노 브리기테 파스벤더가 연출을 맡은 프로덕션이었어요. 파스벤더 선생님은 제 지휘를 칭찬하며 힘을 불어넣어 주셨죠. 제가 그 극장 역대 지휘자 중 최연소였다고 들었고, 공연은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이고, (그의 곡을) 지휘할 때마다 도취경에 빠진다. 그의 작품은 무엇이든 지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뮌헨음대 석사과정에 들어갔고 같은 해 아헨 오페라 수석지휘자 겸 부음악감독이 됐다. 2020년 카를스루에 국립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그가 가장 사랑하는 슈트라우스의 ‘살로메’와 베르디의 ‘나부코’ ‘살로메’ 등을 지휘하며 호평을 받았다. 라이프치히 오페라에는 지난해 모차르트 ‘마술피리’로 데뷔했다.

“독일 오페라극장에서 일하다 보면 한국 성악가와 거의 매번 함께 일하게 되죠. 테너 신상근 님을 비롯한 여러 분과 함께 작업했어요. 유럽인과 외모가 다르고 그 밖의 여러 불리함을 딛고 성공한 성악가들이라 늘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는 올해 라이프치히에서의 활동 외에 본 베토벤하우스에서 콘서트를 지휘하며 덴마크 코펜하겐 왕립오페라 데뷔를 놓고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다. 그는 “머잖아 오페라 무대에서 고국 음악 팬들을 만날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카를스루에#수석지휘자#양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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