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전투가… 남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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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3부작 마지막 시리즈 ‘노량’ 20일 개봉
“내 죽음을 내지 말라”… 賢將의 고뇌 담겨
북채가 닳도록 직접 독전고 울리는 장면 백미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의 이순신(김윤석).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의 이순신(김윤석).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충무공이 북채가 닳도록 두드려댄 독전고(전투를 독려하는 북)가 없었더라면 이후 우리 역사엔 새살이 돋아날 수 있었을까.

영화 ‘명량’(2014년)과 ‘한산: 용의 출현’(2022년)에 이어 임진왜란의 종지부를 찍는 ‘노량: 죽음의 바다’가 던지는 질문이다. 20일 개봉하는 ‘노량’은 국내 영화 사상 최다 관객(1761만 명)을 모은 ‘명량’에 이어 ‘한산’(726만 명)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마지막 시리즈다. 1592년부터 7년간 이어진 임진왜란 최후·최대의 전투인 노량해전(1598년)을 담았다.

왜군 수장 시마즈(백윤식)는 “이순신을 잡아야 이 전쟁이 끝난다”며 후퇴하지 않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왜군 수장 시마즈(백윤식)는 “이순신을 잡아야 이 전쟁이 끝난다”며 후퇴하지 않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독전고 소리를 배경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에서 철군하라”는 유언을 남기며 시작된다. 왜군이 조선에서 황급히 퇴각하려 하자 이순신은 “이 전쟁을 올바로 끝내야 한다”며 명나라와 손잡고 왜군 섬멸을 결심한다. 이순신 역은 배우 김윤석이, 왜군 수장 시마즈 역과 명나라 도독 진린 역은 각각 백윤식, 정재영이 맡았다.

충무공은 “열도 끝까지 몰아붙여서라도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감독은 “‘단지 대규모 전쟁을 보여 주는 게 목적이냐’는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그토록 치열했던 전쟁을 설명하려면 모두가 이 전쟁을 이제 그만하자고 할 때 이순신 장군이 품었던 고독한 화두에 주목해야 했다”고 밝혔다.

‘명량’에서의 이순신이 용장(勇將)이라면 ‘한산’에선 지장(智將)으로, ‘노량’에서는 현장(賢將)으로 그려졌다. 김윤석은 감정을 읽어낼 수 없는 탁월한 표정 연기를 통해 현장으로서의 무게감을 여실히 보여줬다. 목에 칼이 들어올 때조차 깜박임 한 번 없는 눈에선 결연함이 묻어났다. “유난히 밝게 빛나는 저 북쪽 대장별이 아니었다면 조선은 이미 명운을 다했을 것”이라는 진린의 대사는 이순신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강인해 보이던 얼굴도 죽음 앞에서는 슬픔과 죄책감으로 일그러진다. 적군의 혼령이 악귀처럼 몸에 들러붙고, 셋째 아들 이면(여진구)이 왜적에게 살해돼 악몽에 시달리는 모습을 통해 영웅 역시 한 명의 인간임을 보여 준다. 날이 밝아오고, 군사들의 사기가 떨어지자 이순신은 직접 독전고를 울리며 왜군을 추격하다 적군의 총탄에 맞아 전사한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싸움이 급하다. 내 죽음을 내지 말라”고 담담히 말한다. 김윤석은 “전쟁이 후손에게 미칠 영향까지 내다본 이순신의 마음을 체화하는 것이 가장 힘들면서도 가슴 벅찼다”고 말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조·명 연합군과 왜군이 선상에서 치열한 백병전을 벌이고 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조·명 연합군과 왜군이 선상에서 치열한 백병전을 벌이고 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조·명 연합군은 지형과 바람 때를 맞춘 전술을 통해 압도적으로 많은 왜선에 맞선다. 2만 명을 섬멸하는 해전은 영화 상영시간 153분 중 무려 100분간 이어진다. 적막한 잿빛 바다 수평선 너머에서 일순간 솟구치는 화공(火攻)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적군의 배로 빠르게 날아가는 포탄을 쫓는 카메라는 긴박감 넘치는 배경음악과 어우러져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거북선이 왜선을 거침없이 격파하는 장면은 목조선이 부서지는 소리가 더해지며 짜릿함을 준다. 노량해전에 거북선이 출전한 기록은 없다. 김 감독은 “후대로 갈수록 거북선이 많이 만들어졌기에 계속 재건된 것으로 보고 조선 병사에게 큰 의지가 된 거북선을 등장시켰다”고 말했다.

고향에 살아 돌아가려는 마음이 간절한 3국 병사들이 뒤엉켜 싸우는 모습은 롱테이크 기법으로 찍어 전쟁의 지난함을 강조했다. 모든 전투 장면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사용한 강원 강릉 아이스링크에서 물 없이 촬영됐다. 투입된 제작비는 명량(190억 원), 한산(312억 원)을 넘어서 3부작 중 최대 규모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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