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수집하듯 무대 상상… 실험적 연극 만들어졌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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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성북동비둘기 김현탁 대표
‘메디아 온 미디어’ 9일부터 공연

연극 ‘메디아 온 미디어’를 공연하는 김현탁 연출가는 “관객이 느끼는 낯선 감각 역시 연극의 재미”라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연극 ‘메디아 온 미디어’를 공연하는 김현탁 연출가는 “관객이 느끼는 낯선 감각 역시 연극의 재미”라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난독증이 있어서 희곡을 정독하기가 힘들어요. 그 대신 이미지를 수집하듯 읽으며 홀로 무궁무진한 상상을 하죠. ‘메디아 온 미디어’의 원작인 ‘메디아’(메데이아) 역시 제목을 보자마자 사로잡혔어요. 메디아의 입을 빌려 미디어 얘기를 해야겠다고요.”

연극 ‘메디아 온 미디어’를 무대에 올리는 김현탁 연출가(55·극단 성북동비둘기 대표)는 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아트홀에서 9일부터 16일까지 공연되는 이 연극은 에우리피데스가 쓴 고대 그리스 비극 ‘메디아’를 패러디해 오늘날 미디어 현실을 풍자한 작품이다. 원작 속 메디아의 복수극은 리얼 토크쇼, 성인 콘텐츠 등 각종 TV 프로그램 형식으로 재연되면서 콘텐츠의 자극과 폭력에 무감각해진 세태를 꼬집는다. 격정과 질투 끝에 메디아가 추방되는 장면은 고전 멜로 영화 속 과장된 연기와 슬픈 음악을 빌려 우스꽝스럽게 표현됐다. 작품은 11월엔 미국 뉴욕과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서 초청 공연될 예정이다.

2009년 초연된 후 여러 차례 무대에 오른 작품인 만큼 이번 공연에는 급변한 미디어 환경을 반영했다. 김 연출가는 “작품의 큰 틀은 유지하되 지상파 방송에서 차용했던 일부 형식과 대사를 1인 유튜브 방송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TV 브라운관을 눕혀 놓은 듯 텅빈 무대를 오간다. 극단 성북동비둘기 제공
배우들은 TV 브라운관을 눕혀 놓은 듯 텅빈 무대를 오간다. 극단 성북동비둘기 제공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실험적 무대가 특징이다. 배우들은 손수 분무기로 물을 뿌려 비 오는 장면을 연출하고, 막간을 이용해 무대를 대걸레로 닦는 모습을 관객에게 내보인다. 의상은 무대에서 대놓고 갈아입는다. 자유분방하게 바뀐 고전 원작은관객들의 실소를 유발한다. 그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소품을 주위에서 끌어다 제 방식대로 쓴다”며 “극단이 가난해서, 성미가 급해서일 수도 있지만 ‘무엇이든 연극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009년 초연 때부터 같은 배역을 맡아온 배우 김미옥과 이진성이 이번 공연에서도 각각 메디아 역과 크레온 왕 역을 연기한다. 배우들은 고난도 요가 동작을 하는 등 신체적 에너지를 뿜어낸다. 김 연출가는 “관객이 살면서 쉬이 볼 수 없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 역시 배우가 할 일”이라며 “매일 밤 내가 직접 동작을 연습해보며 신체의 한계점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올해 1월 제59회 동아연극상에서 연극 ‘걸리버스’로 작품상을 받는 등 2005년 극단 창단 후 동아연극상을 4차례나 수상했다. 그는 “극장에서 먹고 자며 온종일 연극만 생각하다 얻게 된 결과가 아닐까”라며 웃었다. 전석 3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극단 성북동비둘기#김현탁 대표#실험적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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