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속민요에 재즈 선율을… “민초의 소리 되살릴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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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재즈밴드 ‘덩기두밥 프로젝트’
“팔도 지역민의 구전민요 발굴
우리 민요 기억하는 일 하고싶어”

지난해 8월 강원 춘천시의 KT&G 상상마당 야외 무대에서 ‘덩기두밥 프로젝트’가 공연하고 있다. 이들은 이 무대의 첫 곡으로 강원도 토속민요를 재해석한 ‘베틀노래’를 선보였다. 덩기두밥 프로젝트 제공
지난해 8월 강원 춘천시의 KT&G 상상마당 야외 무대에서 ‘덩기두밥 프로젝트’가 공연하고 있다. 이들은 이 무대의 첫 곡으로 강원도 토속민요를 재해석한 ‘베틀노래’를 선보였다. 덩기두밥 프로젝트 제공
“논과 밭, 바다를 비롯한 삶의 현장에서 불려지다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민초의 소리를 되살리고 싶었어요.”

7인조 크로스오버 국악재즈밴드 ‘덩기두밥 프로젝트’에서 경기민요와 정가(正歌)를 넘나드는 보컬 김보라 씨(38)의 말이다. 국악 장단인 ‘덩기덕’과 재즈 추임새 ‘두비두밥’을 합친 밴드의 이름은 베이시스트 이원술 씨(51)가 지었다. 2021년 이 밴드를 기획한 계명국 음악감독(48·사진)은 “여러 크로스오버 국악밴드 중 우리만 할 수 있는 역할과 의미를 찾다가 전국 팔도 지역민을 통해 전해지는 토속(土俗)민요를 조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스튜디오에서 지난달 27일 만난 김 씨와 이 씨, 계 감독은 “지난해부터 전국 팔도를 유랑하며 잊혀진 지역 민요를 발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재즈 선율로 되살려낸 토속민요는 전문 소리꾼들이 불러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통속(通俗)민요와 달리 지역민의 입을 통해 전해진 곡들이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돼 대대로 전승되거나 무대 위에서 공연되는 소리가 아니다 보니 오늘날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들의 앨범에 수록된 ‘베틀노래’가 대표적이다. 이 노래는 강원 정선군에서 베를 짜는 아낙네들 사이에서 불리던 ‘부모 부음 민요’를 재즈로 재해석한 것이다. ‘시금시금 시어머니/부모 죽은 부고 왔소/예라 요년 방자할 년/짜던 베나 마주 짜구 가레미나’라는 노랫말에는 친정 부모의 부고가 왔는데도 시댁 눈치를 보느라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며느리의 설움이 담겼다. 이 노래를 발굴한 김 씨는 “10여 년 전 이 노래를 부른 90대 할머니의 녹취 음성을 듣고 언젠가 이 소리를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무런 반주 없이 담담하게 읊조리는 목소리에는 그 시절 시집살이로 인한 며느리의 한이 녹아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 ‘베틀노래’의 고장인 강원도에서 공연할 때 중년 여성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셨어요. 어릴 적 그분들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불렀던 소리가 여전히 그들 마음속에 살아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김 씨)

팀명에 ‘프로젝트’가 붙었듯, 이들은 “노래 말고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했다. 이 씨는 “지역 공연 때 아이들을 만나 재즈와 민요를 함께 부르는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더 많은 이들과 우리 민요를 기억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다. 계 감독은 “민요의 참뜻은 ‘평범한 이들의 노래’다. 국경을 초월해 세계 각국 민요를 우리 식으로 재해석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덩기두밥 프로젝트#토속민요#재즈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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