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종식 바라는 러시아 이너서클, 푸틴 탄핵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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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사람들’ 저자 캐서린 밸턴
“KGB 자본주의, 러 민주주의 파괴
반대는 물론 ‘정책 피드백’도 박멸
‘우크라 침공’ 자멸적 결정 못막아”

‘푸틴의 사람들’의 저자 캐서린 밸턴 씨는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도 결국 시들해질 것’이라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며 “푸틴의 이런 기대를 무너뜨리는 것이야말로 서방의 의무”라고 했다. 열린책들 제공
‘푸틴의 사람들’의 저자 캐서린 밸턴 씨는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도 결국 시들해질 것’이라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며 “푸틴의 이런 기대를 무너뜨리는 것이야말로 서방의 의무”라고 했다. 열린책들 제공
“‘KGB 자본주의’는 러시아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모든 반대는 오래전에 박멸됐다. 그 결과가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푸틴의 자멸적 결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너서클을 해부한 ‘푸틴의 사람들’(열린책들·사진)의 저자 캐서린 밸턴 씨는 최근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국내에 출간된 이 책은 16년간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통신 등에서 모스크바 특파원을 지낸 그가 2020년 낸 ‘Putin’s People’을 번역한 것이다. 밸턴 씨는 원서를 출간할 당시 “푸틴은 모든 정적을 확고하게 제거하고 자기 손에 권력을 집중시킴으로써 자신을 상자에 가둔 셈이 됐으며,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보니 사실상 빠져나갈 길이 없어졌다”고 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푸틴의 사람들’에 따르면 KGB 출신 푸틴의 측근들이 빼돌린 막대한 불법 자금이 20여 년 전부터 러시아의 언론과 사법부, 의회를 장악했다. 저자는 KGB 출신 푸틴의 측근들이 서방의 장비를 부풀린 가격에 사들인 뒤 차액을 여론 조작 등 공작 자금으로 쓰는 구조를 ‘KGB 자본주의’라고 일컬었다. 이들이 돈을 뿌리며 지역 선거 결과는 물론이고 여론도 크렘린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법부와 의회도 이들 손아귀에 있다. 밸턴 씨는 “이들은 정적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도록 법관에게 명령하고,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법관 역시 징역에 처할 거라고 위협하는 ‘전화 재판(Telephone Justice)’ 시스템을 수립했다”고 했다. 러시아 의회는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침공’이라고 하는 이에게 최장 징역 15년형에 처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했을 때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었던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행정부에서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구성원들은 이미 주변부로 밀려난 상태니까요. 지금 러시아는 대통령이 받는 객관적인 피드백 메커니즘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한때 ‘푸틴의 은행가’로 불렸으나 푸틴의 눈 밖에 나 추방된 러시아 재벌 세르게이 푸가체프는 밸턴 씨에게 자조하듯 털어놓았다. “푸틴 주위 사람들은 ‘양심’이란 단어를 잊어버렸어요. 그들은 완전히 엉망진창이 돼버렸어요.”

밸턴 씨는 “반대 목소리가 완전히 제거된 지금 오히려 고립된 건 푸틴”이라고 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많은 점령지를 잃는 등 전황이 더욱 나빠질 경우 안보 기관 내 일부 세력이 푸틴을 제거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1998년 모라토리엄 위기로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1931∼2007)의 지지율이 바닥에 떨어지자 KGB와 주지사들이 대통령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옐친은 이듬해 물러났다.

“러시아 엘리트 구성원들이 전쟁의 종식을 바라고 있습니다. 막대한 군사적 손실을 입는다면 푸틴을 탄핵할 수도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이들은 서로 반목할 겁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푸틴의 사람들#저자 캐러신 밸턴#전쟁 종식#러시아 이너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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