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아찔’ 익스트림… 하버브리지 등반하고 돌고래와 인사[수토기행]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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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134m 아치 끝까지 걷는 체험… 시드니를 기억하는 색다른 방법
헬리콥터로 해안 둘러보거나, 유람선 타고 천천히 풍광 만끽
돌고래 떼 만나는 크루즈 여행… 바닷속 굴 양식장 투어도 이색적

20세기 위대한 건축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오페라하우스. 시드니를 상징하는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매년 세계에서 제일 먼저 새해를 맞이하는 불꽃놀이 축제가 벌어진다.
20세기 위대한 건축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오페라하우스. 시드니를 상징하는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매년 세계에서 제일 먼저 새해를 맞이하는 불꽃놀이 축제가 벌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체험형 관광이 인기를 끌고 있다. 빼어난 절경과 예술미 뛰어난 건축물로 유명한 호주 시드니에서도 오감체험형 여행이 대세다. 134m 꼭대기까지 오르는 하버브리지 클라이밍, 맹그로브 습지를 헤쳐 나가는 카약과 야생 돌고래와의 만남, 그리고 바닷속에서 남태평양의 싱싱한 굴을 맛보는 체험 등은 시드니의 또 다른 매력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주도(州都)인 시드니 시내에는 주말마다 장이 선다. 호주 특산물은 물론이고 각종 수공예품과 기념품, 세계 각국의 먹거리, 길거리 공연으로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록스마켓(Rocks Market)이다.

이 전통시장 거리가 시드니를 상징하는 곳임을 알려주는 증표도 있다. 거리 한쪽에 우뚝 서 있는 대형 조각상이다. 3면으로 이뤄져 입체감이 강조된 이 조각상은 각 면마다 서로 다른 모습의 사람이 새겨져 있다. 장총을 들고 서 있는 군인, 발에 쇠고랑을 찬 죄수, 그리고 자유 정착민 가족의 모습이다. ‘퍼스트 임프레션(First Impression·첫 흔적)’이라는 제목의 이 조각상은 백인들에 의한 호주 개척사를 상징한다.

1788년 죄수 및 군인, 정착민 등 1000여 명의 영국인을 태운 11척의 배가 시드니만에 도착하면서 영국령 호주의 역사는 시작된다. 선장이자 호주 최초 총독인 아서 필립은 조각상이 세워진 이곳 록스 거리에서 최초의 정착촌을 건설했다.

필립은 시드니만을 세계 최고의 항구라고 격찬했다. 만으로 흘러드는 강을 통해 신선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데다 1000여 척의 배도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 항구였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시드니는 이탈리아 나폴리 항,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항과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부상했다.

230여 년의 호주 개척사를 품고 있는 록스 지역은 좌우 양쪽으로 시드니를 대표하는 기념비적 건축물을 거느리고 있다. 왼쪽으로는 시드니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인 하버브리지가 있다. 최고 높이 134m, 총길이 1149m인 이 다리는 세계에서 6번째로 긴 아치교로 기록된다. 1932년에 완공된 이 철교는 멀리서 보면 옷걸이 모양을 하고 있어서 ‘낡은 옷걸이’라는 별명과 함께, 사용된 철강만 3만8390t으로 ‘강철 심포니(Symphony of steel)’라는 다른 애칭도 갖고 있다.

록스 오른쪽으로는 1973년에 개관한 오페라하우스가 있다. 하버브리지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새해맞이 불꽃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오페라하우스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20세기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날렵한 곡선미가 강조된 지붕은 요트의 하얀 돛 혹은 조개껍데기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정작 설계자인 덴마크 건축가 예른 웃손은 오렌지 껍질을 까다가 이런 디자인을 고안했다고 한다. 여유만 된다면 이곳에서 오페라 한 편을 감상하는 것도 여행의 별미다. 한국인 해설사가 설명해 주는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

●하늘과 바다에서 시드니 즐겨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를 보면 시드니 구경은 다한 것”이라는 너스레가 나올 정도로 시드니 여행은 이 두 건축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두 건물을 한꺼번에 즐길 방법이 있다. 헬기를 타고서 시드니 상공에서 내려다보거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조망하는 것이다. 여행자의 도시답게 이런 관광 상품도 마련돼 있다.

먼저 ‘시드니 헬리투어’(sydneyhelitours.com.au)는 3, 4명이 한 조를 이뤄 헬리콥터를 타고 약 20분간 시드니 해안 일대를 둘러보는 코스다(1인당 240호주달러). 시드니 공항 헬기장에서 이륙한 헬기는 바다로 나가 해안선을 따라 한 바퀴 선회하는데, 시드니의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빼앗길 정도다. 헬기에서 내려다보면 록스의 옛 사암 절벽도 보이고,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도 눈에 들어온다.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하얀 분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해안 절벽 위에 들어선 고급 주택가, 둥그런 해안선을 따라 바다에 점점이 박혀 있는 하얀 요트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장면도 헬기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한편으로 록스스퀘어, 달링하버, 서큘러키 등 관광 명소들이 들어선 시드니만은 풍수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명당 터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처럼 뻗어 나간 지맥(地脈)이 이곳을 이중삼중으로 감싸주고 있어서, 남태평양의 거친 파도로부터 완벽히 보호받고 있는 모습이다. 또 육지의 좋은 기운이 바다를 통해 새나가지 못하도록 바다 가운데 조그만 섬들이 수구막이 역할도 하고 있다. 명당은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풍요로움이 형성되게 마련이다. 시드니는 태생부터 풍요로움을 보장하는 땅인 셈이다.

바다에서 시드니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달링하버에서 유람선을 이용하면 된다. 하늘에서와는 달리 보다 가까이에서 시드니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달링하버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하버브리지 아래를 통과한 다음 오페라하우스를 거쳐 시드니만 외곽까지 나갔다가 되돌아온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한꺼번에 포착되는 지점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선상에서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토스트와 맥주, 포도주 등 간단한 먹을거리이지만 바다 위에서 즐기는 색다른 맛이다. 유람선을 통째로 이용해야 하는 규정상 개인보다는 단체 여행객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시드니의 명물 하버브리지. 아치형 다리 꼭대기에 호주 국기와 원주민을 상징하는 깃발이 나란히 걸려 있다. 웅장한 철 구조물을 붙잡고 조심조심 하버브리지를 오르내리는 관광객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시드니의 명물 하버브리지. 아치형 다리 꼭대기에 호주 국기와 원주민을 상징하는 깃발이 나란히 걸려 있다. 웅장한 철 구조물을 붙잡고 조심조심 하버브리지를 오르내리는 관광객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시드니에서 인생 샷의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하버브리지 등정’에 도전해볼 일이다. 하버브리지 아치 꼭대기(134m)까지 걸어서 왕복해 보는 체험인데, 철로 이루어진 인공의 다리를 등반 상품으로 이용하는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안전복을 착용한 후 안전줄에 고리를 끼우고 수직 계단을 오르는 등 오금이 저리는 ‘등산’을 하게 되지만 정상인 아치 상부에 오르면 성취감과 희열감이 자못 크다. 숙련된 현지 가이드가 아치 이곳저곳에서 한 사람씩 기념사진을 찍어준다. 안전상 이유로 개인 휴대전화나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하버브리지 등정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대안이 있다. 다리 중간쯤에 있는 철탑 전망대(Pylon lookout)를 이용하는 것이다. 아치 옆 4개 교각 중 하나를 전망대로 조성해 놓은 곳인데, 200계단 정도를 걸어서 올라가면 사방으로 시드니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입장료로 19호주달러를 내면 마음껏 풍경을 촬영할 수 있다.

●앵무새, 가오리와 함께 카약 즐겨
돌고래 크루즈에서는 배 뒤편에 매달아 놓은 바구니에 들어가 바닷물 세례를 즐길 수 있다.
돌고래 크루즈에서는 배 뒤편에 매달아 놓은 바구니에 들어가 바닷물 세례를 즐길 수 있다.
시드니 시내에서 뉴사우스웨일스 해안선을 따라 외곽으로 2∼3시간 정도 빠져나가면 다양한 해양 익스트림 레저를 즐길 수 있다. 먼저 시드니 남쪽 저비스베이의 허스키슨에서는 카약 체험과 돌고래 크루즈가 유명하다.

맹그로브 숲 사이를 헤쳐 나가는 카약 체험.
맹그로브 숲 사이를 헤쳐 나가는 카약 체험.
카약 체험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구명복 착용과 함께 간단하게 노 젓는 법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2인승 카약을 직접 물가로 끌고 나가 몸을 싣는다. 활처럼 굽어진 저비스베이의 안쪽 깊숙한 지역(Currambene Creek)이다 보니, 바닷물이 잔잔하고 맑아 초보자들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코스다. 맹그로브 숲 사이를 요령껏 헤쳐가다 보면 어느새 카약 실력이 부쩍 늘게 된다. 화려한 색깔의 앵무새들이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고, 얕은 물 밑으로는 숭어 등 고기 떼도 보인다. 가끔 너비가 1m를 훌쩍 넘는 가오리가 쑥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한편 저비스베이는 100마리 이상의 돌고래가 서식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돌고래 크루즈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야생 돌고래 떼를 관찰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고래, 바다표범 등도 볼 수 있다. 자연 상태에서 돌고래들이 노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선상의 명당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눈치 싸움도 벌어진다. 누군가 “돌핀!” 하고 외치면 우르르 몰려가 사진을 찍느라 야단법석이다. 그 외에 눈부시게 하얀 모래가 펼쳐지는 하이암스 비치도 저비스베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무니무니의 굴 양식장에서는 바닷물 위에 한 상 차린 싱싱한 굴과 새우를 맛볼 수 있다.
무니무니의 굴 양식장에서는 바닷물 위에 한 상 차린 싱싱한 굴과 새우를 맛볼 수 있다.
시드니 시내에서 북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무니무니의 호크스버리강 어귀에서는 이색적인 굴 양식장 체험을 할 수 있다. ‘시드니 굴 농장 투어(Sydney Oyster Farm Tours)’라는 이 프로그램은 보트를 타고 나가서 바다의 굴 양식장을 방문해 단단한 굴 껍데기를 칼로 까는 법을 배우고, 실제로 가슴장화를 입고서 바다로 들어가 남태평양산 싱싱한 굴을 직접 먹어 보는 코스로 이뤄진다. 배까지 차오르는 바닷물로 들어가 테이블에서 와인 한 잔과 함께 직접 굴을 까서 먹는 맛은 남다르다.


취재 협조: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관광청
글·사진 시드니=안영배 기자·철학박사 ojong@donga.com


#호주 시드니#하버브리지#카약#시드니 굴 농장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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