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실이 탁 끊어지는 순간… 아, 맥베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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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오페라 ‘맥베스’ 내달 개막
무대위 눈 모양 터널로 운명 묘사
배역들 흰옷, 차츰 핏빛으로 변해
지휘자 “베르디 중기의 걸작”

국립오페라단이 베르디 중기의 걸작 ‘맥베스’를 13년 만에 공연한다. 2010년 공연한 베르디 ‘맥베스’ 4막에서 맥베스가 원수를 갚으려는 막두프의 칼에 쓰러진 뒤 최후를 기다리고 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같은 공연에 맥베스 부인으로 출연한 소프라노 알레산드라 레차.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이 베르디 중기의 걸작 ‘맥베스’를 13년 만에 공연한다. 2010년 공연한 베르디 ‘맥베스’ 4막에서 맥베스가 원수를 갚으려는 막두프의 칼에 쓰러진 뒤 최후를 기다리고 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같은 공연에 맥베스 부인으로 출연한 소프라노 알레산드라 레차. 국립오페라단 제공
“베르디는 ‘맥베스’를 자신이 쓴 음악 중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보았습니다. 그 결과로 그 뒤의 작품부터는 많은 것이 바뀝니다. 새로운 오페라를 쓰는 전환점이 된 거죠.”(이브 아벨·지휘자)

국립오페라단이 베르디 중기의 걸작 오페라 ‘맥베스’를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올해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맞아 베르디 전막 오페라 네 작품으로 선보이는 ‘비바! 베르디’ 시리즈의 첫 번째 순서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왕 맥베스를 주인공으로 욕망이 가져온 파멸을 그린 작품이다. 청년기 셰익스피어에 심취했던 베르디는 후기의 ‘오텔로’, ‘팔스타프’에 앞서 이 작품에서 처음 셰익스피어 극을 오페라로 만들었다. 주인공의 어두운 성격을 고려해 맥베스 역을 테너가 아닌 바리톤으로 설정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 내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2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지휘를 맡은 이브 아벨은 “극적인 힘을 다 내보이면서 노래하다가 다음 순간 아주 낮은 소리로 노래하는 등 성악가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요구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파비오 체레사(사진)는 국립오페라단과 2016년 비발디의 ‘오를란도 핀토 파초’를, 2022년 베르디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를 함께 한 바 있다. 그는 “‘맥베스’는 우리가 존재하기 전부터 운명이 주어졌다고 전제하는 극”이라고 했다. “운명을 대하는 자세는 배역마다 다릅니다. 맥베스 부인은 운명이 자신에게 오라고 요구하는 반면에 맥베스는 운명이 올 때까지 기다리죠. 신화의 운명론은 한 사람의 삶에 모든 것이 가는 실로 연결돼 있다고 말합니다. 죽음의 순간에 실이 탁 끊어지는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하려 합니다.”

무대미술을 맡은 티치아노 산티는 “눈(眼) 모양의 터널을 통해 운명을 표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터널 안으로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우리가 결국 죽음을 맞이할 때 끝이 납니다.” 의상을 맡은 주세페 팔렐라는 처음에 흰색이었던 의상은 극이 흘러가면서 파멸을 상징하는 핏빛을 띠게 된다고 말했다.

맥베스 역에는 바리톤 양준모 이승왕, 맥베스 부인 역에는 소프라노 임세경과 에리카 그리말디, 맥베스의 친구 방코 역에 베이스 박종민 박준혁, 맥베스에게 가족을 잃고 복수하는 막두프 역에 테너 정의근 윤병길이 출연한다. 2만∼15만 원.

한편 지난달 취임한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은 이날 ‘맥베스’ 제작발표회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립오페라단의 새 비전을 발표했다. 최 단장은 지금까지 1년에 4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던 것을 2024년 6편, 2025년엔 8편으로 늘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연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를 전국 10곳의 지역 문예회관으로 송출하고 오페라에 인문학을 곁들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성악 유망주에게 오페라 전문 교육을 제공하는 ‘KNO스튜디오’를 소수정예 위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맥베스’로 시작하는 올해 국립오페라단 ‘비바! 베르디’ 시리즈는 6월 22∼25일 ‘일 트로바토레’, 9월 21∼24일 ‘라 트라비아타’, 11월 30일∼12월 3일 ‘나부코’로 이어진다. 내년에는 로시니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과 코른골트 ‘죽음의 도시’, 바그너 ‘탄호이저’ 등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베르디 오페라#맥베스#내달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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