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온라인 게임 속에도 존재하는 성차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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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윤태진, 김지윤 지음/268쪽·1만6800원·몽스북

2016년 온라인게임 ‘오버워치’ 경기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둔 게이머 ‘게구리’가 있다. 그가 여성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유저들은 “여고생이 게임을 그렇게 잘할 리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은 ‘게구리’ 김세연이 방송에 출연해 실력을 입증하고 나서야 종결됐다. 1년 뒤 김세연은 오버워치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프로 선수가 됐다.

책은 온라인 게임 속 성차별에 대한 연구 보고서다. 게임 문화를 연구하는 저자들은 게구리 사건을 여성 게이머를 향한 편견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꼽는다.

여성 게이머에 대한 왜곡된 시선은 크게 세 종류다. ‘섹시한 보조’, ‘어리바리한 초보 게이머’, ‘게임 덕후인 척하는 거짓말쟁이’다. 남성 게이머들이 게임 중 던지는 “혜지야 오빠가 살살 해줄게”와 같은 말에도 편견이 담겨 있다. ‘혜지’는 2017년 ‘리그 오브 레전드’ 게이머들 사이에 생긴 신조어로, 여성 게이머가 의존적이고 기회주의적이라고 비하하는 여성 혐오적 단어다.

저자들은 게임이 여성 캐릭터를 재현하는 방식도 비판한다. 여성 캐릭터들이 다리를 벌리거나 가슴을 난간에 걸친 채 죽는 게임 ‘서든어택 2’가 대표적이다. ‘슈퍼마리오’는 버섯왕국을 정복하거나 구원하려는 남성들에 의해 공주가 납치되거나 구출되는, 여성을 전리품으로 보는 서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저자들은 “반대의 설정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감정 이입이 안 되면 남성 중심 서사가 너무나 익숙해서 질문조차 던져 본 적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여성 게이머#온라인 게임#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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