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혁은 “기프트도 저도 소란스럽거나 유쾌한 스타일은 아니다. 사색에 잠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곡도 보통 새벽에 나온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쓸쓸한 새벽 듣길 추천한 곡은 앤슨 세아브라의 ‘Trying My Best’다. MA 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일타스캔들’을 보는 시청자라면 익숙한 음악이다. 드라마 한 회차가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곡. 밝은 전주로 시작해 이내 독특한 음색으로 이어지는 OST ‘안개꽃’이다.
‘안개꽃’은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고단함에도 휘둘리지 않는 주인공들을 응원하는 가사와 싱어송라이터 이주혁의 청아한 목소리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21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이주혁(29)도 “처음 듣자마자 좋았다. 제 목소리랑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주혁 하면 바로 떠오르는 수식은 ‘미성’이다. 그의 노래를 들은 선배 가수 유희열이 “미세먼지 한 번도 안 마신 목소리”라 칭할 정도로 청량하고 또 신비롭다. 반전은 평소 목소리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어릴 때부터 항상 제 목소리가 텁텁하다고 생각했어요. 스무 살 때부터 녹음기를 켜고 연습하면서 제 목소리를 찾았어요. 첫 소절부터 임팩트 있는 가수가 되고 싶었거든요. 소극적인 탓에 크게 노래를 못 불러 숨소리가 많이 섞이곤 했는데, 그게 특징이 됐어요. 그렇게 4년 정도 연습했을 때 ‘들을 만하다’ 생각이 들었죠.”
그 즈음 결성한 밴드가 ‘기프트’다.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다른 생각이 안 났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선물처럼 위로가 되길 바라며 지은 이름이다. 2016년, 그는 매일 버스킹을 하고 공연을 다니면서 눈여겨 본 김형우(28), 정휘겸(30)을 베이스와 드럼으로 영입했다. 이들은 각종 버스킹과 인디밴드 대회를 휩쓸며 이름을 알렸고, 2020년 CJ문화재단의 인디 뮤지션 지원사업 ‘튠업’에 당선되면서 명실상부한 중형 뮤지션으로 자리 잡았다.
이주혁은 지난해부터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기프트의 곡을 쓰고 프로듀싱했던 그는 이제 자신을 위한 곡도 구상 중이다. 그는 “밴드 기프트의 보컬 이주혁과 개인 이주혁의 위치에서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다르다”고 했다. 이주혁이 기존 기프트가 가진 ‘위로가 되는 음악’을 표방한다면, 밴드 기프트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는 자유로움’을 가져갈 예정이다.
“저희끼리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이야기해요. 대회도 나가고 버스킹도 하던 때요. 더 즐겁게 음악을 하던 시기 같아요. 이제 기프트 앞에 어떠한 수식이 필요하진 않아요. ‘그냥 우리끼리 즐겁게’가 최우선이에요.”
이들은 초창기 자신들이 좋아했던 록 장르를 시도할 예정이다. 다음달 4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서 열리는 공연 ‘노들섬 라이브하우스’ 무대에 올라 달라진 ‘기프트’의 모습을 선보인다. 이주혁은 “이 무대에서 어쿠스틱 기타는 일렉트로닉 기타로 바꾸고, 객원 기타 세션 윤석훈을 추가해 4명이서 연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공연에서 미발매 신곡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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