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이 용인되는 음식은?[청계천 옆 사진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5일 1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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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의 주요 사진 소재는 ‘사람’입니다. 아무래도 사진에 찍히는 사람들의 태도, 동작 그리고 행동 가짐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는데요, 식사 예절과 관련된 얘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흔히 음식을 먹을 때 ‘후루룩’ ‘쩝쩝’ 소리를 내거나 흘리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절에 어긋나다고 알려져 있죠. 다만 ‘후루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용인되는 음식도 있습니다.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요.

동아일보DB


① 국수

‘면치기’ 논란이 있었죠. ‘끊어먹기’냐 ‘면치기’냐. 이른바 ‘먹방’의 논란 소재였습니다.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선 끊어먹기를 해야 하지만 오히려 후루룩 면치기가 본인 뿐 아니라 주변의 식욕도 자극해주니 더 좋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예절에 민감한 분들도 국수 면치기 정도는 봐주십니다. 면치기를 하면서도 소리를 내지 않으려면 폐활량이 진공청소기 급이어야 하니까요.

② 뜨거운 국물

한국과 일본에선 국물 요리가 많습니다. 뜨거운 것이 대부분이죠. 가급적 소리를 안내고 먹어야 하지만 입천장과 혀를 데일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는 모두들 봐주는 편이죠.

강원 속초 영랑호 부근에 있는 한 카페
강원 속초 영랑호 부근에 있는 한 카페


③ 커피

뜨거운 국물과 비슷한 이유이긴 하지만…. 실제로 커피 전문가들은 일부러 후루룩 마시기도 합니다. 여러 명과 같이 마실 때는 그래도 조용히 마시는 편인데, 혼자 마실 때는 후루룩, 쩝쩝에 양치하듯 입안을 헹구기도 하시더군요. 이유는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인데요, 고품질의 원두로 내리거나 뽑은 커피일수록 산소와의 접촉에 따라 풍미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약하게 볶은 원두일수록 흔히 꽃향기나 과일향이 느껴진다고 하는데요, 이 방식으로 마시면 향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후루룩이 부담스러우시다면 ‘호~’하면서 슬쩍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드셔보세요. 맛과 향이 바뀜을 느끼실 것입니다.

2018년 7월 한국소믈리에 대회. 동아일보DB


④ 와인

커피와 같은 이유로 공기 즉 산소와의 접촉이 중요하죠. 디캔터, 에어레이터, 푸어러 등 다양한 도구가 동원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입술만큼 좋은 도구는 없을 듯 합니다. 지인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자리라면 조용히 ‘호~’ 하면서 산소를 빨아들이면서 드셔보시지요.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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