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앙상블 군무…15년만에 돌아온 ‘웨스트사이드스토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3일 1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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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속 무도회 장면. 쇼노트 제공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슬럼가를 그대로 재연한 무대, 폴란드계 백인 청년 갱단 ‘제트’와 남미 푸에르토리코계 갱단 ‘샤크’가 맞붙는 장면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틈만 나면 다툼이 벌어지는 두 갱단을 화해시키기 위해 열린 무도회에서 제트 출신인 토니(김준수 박강현 고은성)과 샤크의 리더 베르나르도(김찬호 임정모)의 여동생 마리아(한재아 이지수)가 첫 눈에 반해 춤을 춘다. 원수처럼 으르렁대는 두 갱단 소속의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1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가 2007년 국내 공연 이후 15년 만에 관객을 만난다. 1957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유명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한다. 몬태큐와 캐퓰릿 두 가문 간 갈등은 제트와 샤크 두 갱단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은 토니와 마리아의 사랑으로 변주된다.

두 원수 지간 갱단인 제트의 토니와 샤크의 마리아가 사랑에 빠진 모습. 쇼노트 제공

초연 당시 최고의 창작자들이 함께 빚어낸 마스터피스로도 유명하다. 알프레도 히치콕의 영화 ‘로프’로 유명한 아서 로렌츠가 쓴 각본에 뉴욕 필하모닉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을 맡았다. 뮤지컬 ‘스위니토드’ 원작자로 유명한 스티븐 손드하임이 작사를, 조지 발란신의 뒤를 이어 뉴욕시립발레단 2대 예술감독에 올랐던 제롬 로빈스가 연출·안무를 맡았다.

이야기는 갈등과 분노, 증오만 허용됐던 두 갱단 사이에 사랑이란 감정이 끼어들면서 생겨나는 균열을 따라간다. 의도치 않게 시작된 토니와 마리아의 사랑은 겉잡을 수 없는 엄청난 분열을 낳게 되고 상황은 점점 비극으로 치닫는다. ‘로미오와 줄리엣’ 속 기승전결을 벗어나지 않아 자칫 단조롭다 느낄 수 있는 서사에 화려함과 독창성을 더하는 건 노래와 안무다. 김준수, 박강현, 김소향 등 가창력이 돋보이는 배우들은 높고 낮은 음역대를 자유롭게 오가는 넘버들을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20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완성되는 음악은 무대를 가득 채운다.

제트 출신 앙상블들의 군무 장면. 쇼노트 제공

댄스 뮤지컬의 효시라 불릴 정도로 ‘웨스트사이드스토리’에선 춤이 중요하다. 주·조연뿐 아니라 앙상블 배우에게도 각각 맞는 안무가 있을 정도다. 특히 제트와 샤크가 한데 어우러져 선보이는 앙상블 군무 장면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푸른 계열의 의상을 맞춰 입은 제트와 붉은 계열의 샤크가 양쪽으로 나뉘어서 시원시원한 군무를 펼쳐낸다. 아크로바틱을 연상케 하는 동작들은 큼직할 뿐 아니라 정교하다. 안무 강도가 강렬해 군무 씬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마이크로 배우들 숨소리가 전해질 정도다.

내년 2월 26일까지, 7~16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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