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개구리”… ‘악뮤’ 틀 깨고 죽음을 노래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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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AKMU’ 이찬혁
데뷔 첫 솔로 앨범 ‘ERROR’ 발매
‘죽음에 대한 성찰’ 11곡 수록
“예쁜 남매로 계속 가는건 힘들어… 앞으로 내 욕심 담은 노래 만들것”

YG엔터테인먼트 제공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싱어송라이터, ‘AKMU’(악뮤·전 악동뮤지션)의 이찬혁(27·사진)은 스스로에게 자주 죽음과 관련된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지금 옳다고 생각한 가치는 죽기 직전일 때도 여전히 중요할까.” “늘 겸손하겠다고 하지만, 실은 왕이 되고 싶었는데. 내 성(城)은 만들고 죽어야 하지 않나?”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17일 만난 이찬혁은 데뷔 8년 만의 첫 솔로 앨범 ‘ERROR’를 내놓은 계기가 “죽음에 대한 성찰”이었다고 했다. 수록된 11곡은 ‘죽음 앞에 선 이찬혁’라는 주제 아래 유기적으로 흘러간다. 이찬혁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가는 ‘목격담’과 ‘사이렌’을 시작으로, 혼수상태인 그가 삶을 회고하는 타이틀곡 ‘파노라마’를 거쳐 죽음을 맞은 뒤 장례식 풍경을 상상한 ‘장례희망’으로 이어진다.

“악뮤로 활동하며 늘 음악에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담아 왔어요. 그런데 그 생각에 오류가 있는 것 같았죠. 지난해 앨범 ‘넥스트 에피소드’에선 자유와 사랑에 대해 얘기했는데, ‘내가 당장 죽는다면 그게 내 최대 가치일까’ 고민했어요. 거기서 뭔가 내적 모순이 찾아오더라고요. 이번 앨범에서 그 간극을 줄여 보고자 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솔로 앨범은 귀엽고 발랄했던 악뮤의 기존 색채와 완전히 다르다. 이미 재즈부터 댄스, 힙합, 일렉트로닉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지만, 이번 곡들은 전혀 ‘악뮤스럽지’ 않다. 아버지, 어머니는 물론이고 그룹 멤버이자 친동생인 이수현은 ‘목격담’이나 ‘장례희망’을 듣고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악뮤로 호평받아 언제나 감사하죠.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수현이도 저도 나이가 들며 각자 캐릭터가 명확해졌어요. 제 캐릭터 안에 수현이가 들어오는 게 쉽지 않아졌죠. 이젠 ‘예쁜 남매’로만 계속해서 가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제 욕심을 담은 노래를 만들 거예요.”

너무 과격한 변신이 아닐까 싶지만, 이찬혁의 예측 불허 행보를 생각하면 그리 어색하진 않다. 최근 그는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출근길에 잠옷 차림으로 출몰해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KBS ‘전국노래자랑’ 관객석에 앉아 있다 우연히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지나가는 길에 노래가 들려 우연히 찾아갔다”는 답변도 하고 싶은 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찬혁’다웠다.

“스스로도 청개구리라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스태프가) 예쁜 머리를 해주시면 괜히 헤어와 메이크업을 안 하고 싶은 반발심이 들어요. 틀을 다 깨고 싶어요. 저만의 성을 만들어 파티를 열고 사람들이 놀러 오는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악뮤#이찬혁#싱어송라이터#죽음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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