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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내 것’ 만들기 위한 싸움…소유권을 쥘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입력 2022-09-23 11:08업데이트 2022-09-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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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괴뢰공화국 두 곳을 자국으로 편입하려 한다. 우크라이나는 당연히 이를 결사 저지하고 있다.

#2.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4일 구글과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에 수백억 원 씩 과징금을 부과했다. 두 기업이 이용자의 충분한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로 돈을 벌어들인다는 이유다.

#3. 음식점 주인이 플라스틱 의자로 주차 공간을 확보하려다 이웃과 말다툼이 벌어졌다. 이웃들은 주민 차량이 우선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갈등의 크기도, 주체도 다르지만 세 일화는 공통된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이건 내 거(mine)야!” 누가 소유권을 가지는지에 대한 문제다.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신간 ‘마인’에서 “소유권이란 여섯 가지 논리가 치르는 전투”라고 요약한다. 선착순(먼저 차지했으면 내 것), 점유(계속 차지하고 있으면 내 것), 노동(내가 일해서 얻은 건 내 것), 귀속(내 소유물에 딸려 있으면 내 것), 자기소유권(내 몸은 내 것), 상속(물려받은 건 내 것). 그런데 실은, 여섯 논리 중 어느 것에도 분명한 우선권은 없다.

미국에서는 자기 집으로 날아온 드론을 총으로 쏘아 떨어뜨리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집 위 상공은 자기 것인가. 판결들은 엇갈린다. 몇몇 나라는 바다 위 암초에 콘크리트를 부어 물 밖에 나와 있도록 한다. 주변 지역을 영해로 선포하기 위해서다. 둘 다 ‘귀속’에 관한 문제지만 누구 손을 들어주기 쉽지 않다.

그나마 선착순 논리는 이해하기 쉽고 얼핏 공평해 보인다. 하지만 19세기 말 미국에서 “서쪽으로 가서 깃발을 먼저 꽂는 사람이 땅을 얻는다”는 ‘랜드 런’ 광풍이 불었던 당시를 떠올려보자. 그 과정에서 유럽인보다 훨씬 먼저 ‘선착’한 원주민의 권리는 증발됐다.

지적 자산이 중요해진 오늘날, 소유권과 관련한 갈등은 더욱 첨예하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유산은 차남이 운영하는 ‘킹 주식회사’가 관리하고 있다. 킹 목사의 사진 한 장만 임의로 사용해도 소송에 걸리는 일이 빈번하다. 킹 목사의 뜻을 선용하려는 사람들은 분노하지만, 이런 식으로 20세기 문화 대부분이 저작권에 묶여 있다.

문제는 ‘누가 소유권을 조종하는 리모컨을 쥘 것인가’이다. 저자는 “희소한 자원을 소유한 이들은 원칙을 설계해 남으로부터 자기가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낸다”고 말한다.

놀이공원에서 ‘패스트 패스’를 끊은 사람은 놀이기구 세 개를 바로 탈 수 있다. 누구나 끊을 수 있으니 공평한 것 같지만 거금을 내고 구입하는 ‘초초(超超) 패스트패스’도 따로 있다. 인기 놀이기구라는 한정된 자원을 가진 업체가 ‘놀이기구 이용’이라는 소유권을 조종해 최대의 이익을 이끌어내는 의도가 담겼다.

저자는 “소유권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있어야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평화롭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힘을 가진 이들이 마음대로 소유권의 원칙을 설계하도록 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것을 조종하는 리모컨은? 분명한 이해와 인식을 가진 사람만이 쥘 수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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