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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노숙인 고용한 ‘불편한 편의점’…“서민들의 사랑방, 따뜻한 이야기 생길 수밖에”

입력 2022-08-14 13:07업데이트 2022-08-1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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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2’(나무옆의자).
올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한 소설은 유명 작가나 대형 출판사의 작품이 아니었다.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집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지난해 4월 출간된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 당선작 ‘망원동 브라더스’를 쓴 김호연 작가(48)의 다섯 번째 소설이다. 최근 출간된 ‘불편한 편의점2’는 전편에서 1년 반이 흐른 어느 여름날, 팬데믹 시기의 같은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 배경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12일 만난 그는 “출판사와 계약도 하지 않고 인터넷에 연재할 마음으로 쓴 소설이 그간 심혈을 기울였던 어느 작품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독자의 마음은 예측불가”라며 웃었다.

작가는 대학선배인 오평석 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처음 소설 제목을 떠올렸다고 한다. 대학생 땐 학생운동을, 졸업 후엔 시민운동가로 살았던 오 씨가 4년 전 편의점에서 일한다고 했을 때 무심코 그가 뱉은 농담은 소설 제목이 됐다.

“서비스업과는 도통 안 어울릴 것 같은 선배가 편의점에서 일한단 소리에 ‘형이 하는 편의점은 좀 불편할 것 같은데’라며 웃었어요. 근데 ‘불편한 편의점’이란 말엔 아이러니가 있잖아요? 좋은 제목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소설은 노숙인 독고가 염 여사의 소지품을 찾아주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배를 곯는 상황에서도 주인에게 물건을 돌려준 독고를 신뢰하게 된 염 여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에 그를 고용한다. 알코올의존증으로 기억을 잃은 데다 언어 능력까지 퇴화한 독고는 편의점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변화를 경험한다. 독고는 물론이고 그를 만난 사람들까지 모두. 편의점을 오가는 인물들은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되어 ‘불편한 편의점’ 속 서사를 얼기설기 메운다.

“예전엔 편의점을 동네 슈퍼와 비교해 냉정한 공간으로 일컬어졌지만 이제 편의점은 가장 친숙한 공간이 됐어요. ‘늦은 밤 위험하면 편의점으로 들어가라’고 할 정도죠. 서민들의 사랑방이 된 편의점은 따뜻한 이야기가 생길 수밖에 없는 훌륭한 공간이죠.”

서울역 노숙인을 고용한다는 설정부터 다소 비현실적인 이 소설에는 ‘빌런’(악당)이 없다.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차가운 반전도 없다. 현실에 고통 받던 인물들이 정직하게 분투하다, 희망과 낙관의 결말을 맞이한다.

“이 소설 속 빌런은 인물들이 처한 현실과 환경, 삶 그 자체예요.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해보세요. 빌런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에베레스트가 되지 않을까요?”

지금은 소설을 쓰고 있지만 20년 전 그가 처음 세상에 내놓은 글은 영화 시나리오였다. 영화 ‘이중간첩’(2013년), 영화 ‘태양을 쏴라’(2015년)를 작업하고 영화 ‘남한산성’(2017년) 기획에 참여했다. 영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출판사에서도 일했다. 첫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가 수상작이 되면서 그는 비로소 자신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됐다.

“시나리오, 소설…. 형식만 다를 뿐 결국 이야기를 담은 글이에요.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소재라면 시나리오로, 내밀한 묘사가 필요하면 소설로 씁니다. 시나리오 작가나 소설가로 저를 규정하고 싶진 않아요. 어떤 단어보다 ‘이야기꾼’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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