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25일 열린 김지하 시인 추모문화제. 둥둥 북소리 너머로 추모시 ‘칼날이여!’가 울려 퍼졌다. 김 시인의 ‘마지막 비서실장’이라 불릴 만큼 말년의 고인과 가까웠던 이청산 전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이사장은 통탄하며 시를 읽어갔다.
이 전 이사장은 추모시에서 “타는 목마름을 넘어, 죽음의 굿판을 뒤엎은” 곳으로 가자고 강조했다. 고인이 1975년 발표한 저항시 ‘타는 목마름으로’와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 씨가 경찰에 맞아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분신자살이 잇따르자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 ‘죽음의 굿판 당장 걷어치워라’를 모두 넘어설 때가 됐다는 것이다. 이 전 이사장이 고인의 회고록 ‘흰 그늘의 길’(2008년·학고재)을 빗대며 고인을 향해 “흰 그늘의 땅에서 연꽃이 되라!”고 외치자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강조된 건 화해였다. 사회를 맡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김 시인의 공이 9라면 과는 1에 불과하다. 그 과오라는 것도 국가 폭력에 대항에서 얻은 상처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황석영 작가는 고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한 뒤 진보진영에서 전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에 대해 “그 나름대로 해원의 뜻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며 “그의 말과 현실(시대 상황)은 어긋나고는 했다”고 했다. ‘죽음의 굿판 당장 걷어치워라’에 대한 반박문을 작성했던 김형수 시인은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고인의 미발표 시 8편도 공개됐다. “내가 멀리서/너를 부르면/너/청산이어라”(‘교감’ 중), “살아라/너도, 그들/내 속에/모두 살아”(‘살아라’ 중), “열리리 열리리/꽃 같은”(‘열리리’ 중)엔 고인이 말년에 강조한 생명사상이 드러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