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 이전엔 ‘대안문’…조선 궁중 현판 80여점 한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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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5월 18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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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된 대안문 현판을 둘러보고 있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에 등재됐던 81점의 궁중 현판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15일까지 열린다. 2022.5.18/뉴스1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된 대안문 현판을 둘러보고 있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에 등재됐던 81점의 궁중 현판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15일까지 열린다. 2022.5.18/뉴스1
조선 시대 궁중 현판 80여점이 한 자리에 모인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오는 8월15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된 궁중 현판을 조명하는 첫 대규모 전시다.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된 조선시대와 대한제국 시기 곳곳에 걸렸던 현판을 둘러보고 있다.  2022.5.18/뉴스1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된 조선시대와 대한제국 시기 곳곳에 걸렸던 현판을 둘러보고 있다. 2022.5.18/뉴스1
김인규 국립고궁박물관장은 “공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현판을 통해 알 수 있다”며 “궁중 현판은 궁중 건축에서 화룡점정”이라고 설명했다.

현판은 건물의 성격과 건립 목적에 어울리는 글귀와 좋은 뜻을 담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특히 조선 왕실은 백성이 우러러볼 수 있도록 위엄을 지니되 사치스럽지 않게 장식한 궁궐을 이상적으로 여겼다. 현판 또한 이 같은 정신을 계승, 조각이나 무늬 장식 등을 절제하고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 언론공개회에서 의열사기 현판이 전시 되어있다. 2022.5.18/뉴스1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 언론공개회에서 의열사기 현판이 전시 되어있다. 2022.5.18/뉴스1
조선 왕실의 권위를 상징했던 궁중 현판은 일제강점기를 맞아 시련을 겪었다. 궁궐이 관광지나 오락시설, 박람회장 등으로 전락·훼손되면서 현판은 제자리를 잃었다.

원래의 기능을 잃은 현판은 제실박물관 전시실로 사용됐던 창경궁 명정전 등에 진열됐다. 해방 이후에는 경복궁 근정전을 시작으로 창경궁, 창덕궁, 덕수궁을 전전하다 2005년 고궁박물관이 개관하며 다시 이동했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궁중 현판은 775점이다.

전시품 중 가장 큰 현판은 경운궁(현 덕수궁) 정문에 걸려 있었던 ‘대안문’(大安門)이다. ‘크게 편안한 문’이라는 뜻의 이 현판은 가로 길이만 3.74m에 달한다. 1904년 경운궁에 큰 화재가 난 후 고종의 명에 따라 1906년 대안문을 수리했는데, 이 때 ‘큰 하늘’이라는 뜻의 ‘대한문’으로 이름을 바꾸고 현판도 새로 달았다.

가장 오래된 현판은 1582년 제작된 ‘의열사기’(義烈祠記)로, 백제 의자왕 때와 고려 공민왕 때 충신을 모신 사당 ‘의열사’의 내력을 새긴 것이다. 당대 명필인 석봉 한호가 쓴 것이다.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 언론공개회에서 한 참석자가 전시된 국보 ‘기사계첩’을 살펴보고 있다. 2022.5.18/뉴스1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 언론공개회에서 한 참석자가 전시된 국보 ‘기사계첩’을 살펴보고 있다. 2022.5.18/뉴스1
전시는 왕도 정치의 이념이 드러난 현판을 ‘성군’ ’백성’ ‘신하’ ‘효’ 등 4가지 주제로 나눠 조명한다.

‘어진 마음으로 백성을 교화한다’는 뜻의 ‘인화문’(仁化門), ’어짊을 여는 문’이란 뜻의 ‘계인문’(啓仁門) 등 각각 경운궁 남쪽 정문과 경복궁 근정전 동행각에 걸려 있었던 현판은 성군이 지향해야 할 이상적 가치를 담고 있다.

영조가 세자 교육기관인 세자시강원에 내린 명을 새긴 현판에는 세자가 오전과 오후에 공부해야 할 내용과 횟수 등 세세한 규칙이 담겼다.

다양한 기능의 궁중 현판도 만날 수 있다. 왕이 신하에게 내린 명령과 지침, 관청의 업무 정보와 규칙, 소속 관리 명단과 업무 분장 등을 새긴 현판은 게시판이나 공문서 같은 기능을 했다. 왕의 개인적인 감회나 경험을 읊은 시를 담은 현판도 있다.

이밖에도 국보 ‘기사계첩’과 국가무형문화재 각자장이 사용하는 작업 도구도 볼 수 있다.

기사계첩은 1719년 숙종이 ‘기로소’에 들어간 것을 기념해 만든 첩 형태의 책이다. 기로소는 70세 이상, 정2품 이상 직책을 가진 노년의 문관들을 우대하던 기관이었다. 각자장은 나무판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장인으로 현판을 제작하는 역할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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