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으로 가자’…전국 600여 곳에서 만나는 반려기물[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7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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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으로 가자’

20~29일 열흘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개최하는 ‘공예주간’이 구 서울역사인 ‘문화역서울284’를 비롯해 전국 600여 곳에서 열린다. 작년, 재작년엔 코로나19의 여파로 비대면 전시 위주로 열렸던 ‘공예주간’ 행사가 올해는 3년 만에 오프라인 전시관람과 마켓, 체험 프로그램 등이 본격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코로나19는 우리를 어딘가로 떠나지 못하게 했지만, 새삼 집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내가 힘들고 지쳤을 때 내 몸을 받아주는 곳, 나를 쉬게 해주는 곳, 내가 아끼는 사람을 초대해서 음식을 나누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입니다. 집에서 나 자신을 새롭게 돌아보면서 반려기물인 공예품에도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죠.”

김태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은 올해 국민공모로 선정된 공예주간의 슬로건인 ‘우리 집으로 가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래서 이번 공예주간에는 특별히 ‘집(Home)’과 관련된 공예문화에 대한 전시가 많이 마련됐다.

또한 문화역서울 284 공예기획전시 ‘사물을 대하는 태도’, 촉각 중심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공예 특별전시 ‘촉각의 순간들(Touch in the Dark)’, 다양한 공예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마켓과 체험 등 전국 각지에서 풍성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 다음은 김태훈 원장과의 일문일답.

―올해 가장 역점을 둔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각종 도자기 페스티벌이 안 열리면서 공예작가들의 생태환경이 황폐화됐습니다. 그래서 작가와 소비자들이 직접 만나서 공예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마켓을 곳곳에서 열려고 합니다. 문화역서울284 서측복도에서 구월마켓이 열리고, 양평 리버마켓과 매일상회, 곤지암 마켓, 태백의 블랙마켓, 양림동 공예마을 펭귄마을 마켓, 서순라길 공예거리 마켓, 전주 별별체험단 협동조합 마켓 등 전국 곳곳에서 컵이나 그릇, 부채 등 생활 속 공예품을 살 수 있는 마켓이 열립니다.”

―메인 행사장인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전시는?

“밀라노 한국공예전에 참여한 37개 팀의 작가들의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시회가 열립니다. 3등 대합실 공간에서는 생태 환경위기를 부각시킨 변종 생명체들의 모습을 표현한 도자 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는데, 자연과 환경, 사람과 공예에 대한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전시입니다. 조계종 종정인 성파스님이 직접 만든 한지에 인화한 사진작품도 감동적입니다.

RTO공간에서 열리는 ‘촉각의 순간들(Touch in the Dark)’은 공예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케하는 전시로 눈여겨 볼만 합니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다니는 대구의 광명학교의 졸업앨범을 3D프린터로 입체적으로 만들어 손으로 친구들과 선생님의 얼굴을 만져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얼굴을 누르면 그 사람의 목소리 인사말도 들을 수가 있지요. 시각장애인과 작가들이 함께 작업한 공예작품도 영상과 함께 전시됩니다. 전시공간을 어둡게 조명해서 비장애인들도 촉각의 경험을 체험하도록 했습니다.”

김 원장은 이번 공예주간의 특징은 다양한 단체와의 ‘협업’을 통한 전시, 마켓, 체험이라고 말했다. 국립민속물관 파주관(개방형 수장고)과 협업해서 ‘소반’, ‘반닫이’ 전시를 하고,홍대앞 핫플레이스 카페인 연남방앗간과 협업해서 식음료 특별메뉴를 개발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전통 소반과 반닫이를 전시하면서, 공예주간 참여작가들이 재해석한 현대적인 소반, 반닫이 작품을 선보입니다. 작년에는 강릉의 대표적인 커피숍 브랜드인 테라로싸와도 협력했는데, 이번에는 연남방앗간과 협업해서 그린요거트, 그래놀라를 공예작가들이 직접 만든 전용 그릇에 담아먹는 특별메뉴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집으로 가자’는 슬로건에 맞는 전시는.

“스테이폴리오의 ‘공예와 함께 하는 집’ 전시와 에어비앤비 숙박업소에서 진행하는 뉴턴의 ‘웰컴 투 마이 홈’이 있습니다. 스테이폴리오는 20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가지고 있는 숙소공유 플랫폼인데 서울, 부산, 경주 등에서 하룻밤 자면서 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벤트도 같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뉴턴은 홍대앞 망원동에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청주공예비엔날레,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수상한 신진 작가들의 공예작품으로 꾸미게 됩니다. 그릇, 컵 뿐 아니라 스피커, 조명까지 집에 잘 녹아든 공예작품을 체험하는 즐거움을 느끼도록 했습니다.”

―관람객들이 직접 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관람객들이 가장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공예체험입니다. 집 안에서 공예키트를 이용해 직접 그릇에 문양을 넣고, 매듭으로 마스크도 만들어보는 체험이 큰 인기를 끌었죠. 이번에도 문화역서울284에서는 밀라노공예전 참여작가과 함께 도자기 물레체험, 한지뜨기 체험, 섬유체험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전국에서 600여 곳의 공예주간 참여처와 창작지원센터에서도 공예체험 행사를 열 계획입니다.”

MZ세대들에게 미술작품 구입과 더불어 공예전시회도 요즘 점점 핫한 트렌드가 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공예트렌드페어는 사상 최고의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KCDF는 3월에 각 지역별로 도자기, 목공, 자수 등의 공예 클래스가 진행되는 공방 2000여 건의 정보를 담은 책자를 발간했다.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홈페이지에도 공예공방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원래 공예는 모든 사람들이 예술가입니다. 집 안에 있는 소소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썼죠. 산업화 기간 중에 이런 전통이 사라졌지만, 손으로 만들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공예에 대한 원초적인 욕구가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올해 소외계층을 위한 공예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오케스트라 교육을 시켰던 ‘엘시스테마’처럼 공예교육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이지요. 내년에는 은퇴자들과 실버세대를 위한 목공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예의 저변을 확대하는 사업을 벌여갈 계획입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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