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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40년전 침울했던 고교 중퇴생, 니체 읽고 정신 번쩍 차렸죠”

입력 2022-05-17 03:00업데이트 2022-05-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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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니체가…’ 펴낸 장석주 시인
“니체 덕에 나약함 떨치고 용기얻어
니체에 진 빚 갚으려 전집도 출간”
가난한 집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상업고교에 진학했지만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중퇴했다. 마땅히 대학에 갈 형편도 되지 않았다. 호주머니에 차비 한 푼 없는 극빈의 삶. 방황하던 19세 청년은 우연히 도서관에서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만났다. ‘평화가 아니라 승리를 갈망하라’는 문장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생을 진정 사랑한다면 피하기보다 뛰어들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매일 8시간씩 읽고 쓰는 삶을 시작했다. 40여 년이 흐른 지금 청년은 책을 100권 넘게 펴낸 작가가 됐다. 12일 에세이 ‘어느 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문학세계사·왼쪽 사진)를 펴낸 장석주 시인(68·오른쪽 사진) 이야기다.

그는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교를 중퇴한 직후에는 대학에 가지 못한 내가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니체를 읽은 후 대학생만큼 책을 읽고 그들만큼 일하면 된다는 호기가 생겼다”며 웃었다. 검정고시로 고교 과정을 마친 그는 요즘도 1년에 700∼800권씩 책을 읽는다. “침울하고 자신감이 없던 청년이 니체를 읽고 나약함을 떨쳐냈어요. 출판사 직원을 거쳐 사장으로 일하면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죠. 부자는 아니었지만 자식 키우고 책 사 볼 정도는 됐습니다.”

신간에서 그는 니체의 명언을 통해 방황하는 청춘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춤추는 별이 되기 위해서는 그대의 내면에 혼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니체의 문장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자기의식으로서의 거울, 내면적 삶이 시작되는 지점으로서의 거울’ 들여다보기를 포기하지 말라고도 한다. 이어 ‘사람은 그의 길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를 때 가장 높이 분기(奮起·분발하여 일어남)한다’는 문구로 다독인다.

그가 지치고 자기혐오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들려주고픈 니체의 격언은 ‘아모르파티’(운명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 라틴어). 그는 “아모르파티는 고통, 상실, 행복 등 모든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태도를 말한다”며 “평생 온갖 병에 시달린 니체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절망과 패배주의를 물리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당신 삶에 니체가 어떤 의미인지”를 물었다.

“1980년대 출판사를 차린 뒤 니체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10권짜리 전집을 출간했어요. 이번 책도 니체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냈죠. 내 삶을 바꾼 스승에 대한 보은(報恩)입니다. 저는 지금도 니체를 읽고 있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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