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슈즈 신은 춘향-몽룡… “한복 선에 맞춘 움직임, 색다른 멋 선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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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춘향’ 주역 한상이-강민우
“초야-이별-해후 등 세번의 ‘2인무’… 역동적 감정 담아낸 몸짓 아름다워
과거시험-어사출두 군무도 돋보여”
우아한 춤사위에 색 더한 한복… 의상공연중 춘향 4벌, 몽룡 6벌 입어

‘춘향’에서 선보이는 한복 의상을 입고 서로를 바라보는 한상이(오른쪽)와 강민우.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춘향’에서 선보이는 한복 의상을 입고 서로를 바라보는 한상이(오른쪽)와 강민우.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진달래 빛깔 저고리에 노란 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춘향, 어사화가 꽂힌 화관(花冠)을 쓰고 두루마기를 걸친 몽룡. 연인의 발엔 고무신이 아닌 발레슈즈가 신겨 있다.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대표 창작 레퍼토리 ‘춘향’이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다. 이번 공연에는 새로운 춘향과 몽룡이 합류해 기대를 높인다. 솔리스트 한상이(37)와 수석무용수 강민우(33)가 각각 춘향과 몽룡을 맡았다.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연습을 마친 두 사람을 11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두 무용수 모두 ‘춘향’ 무대가 처음은 아니다. 한상이는 2014년과 2018년에 기생 역으로, 강민우는 2009년 초연부터 졸병, 죽비, 변학도 등 몽룡을 제외한 모든 남성 캐릭터를 맡았다.

“만날 기생 역을 하다 드디어 춘향을 맡았어요. 굉장히 설레면서 많이 긴장돼요.”(한상이)

“초연 때는 변학도를 잡아들이는 죽비로 캐스팅됐지만 못해서 잘렸거든요. 결국 졸병으로 무대에 섰죠.(웃음) 변학도에 이어 몽룡까지 맡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강민우)

두 사람은 ‘춘향’에서 세 번의 파드되(2인무)를 춘다. 첫날밤을 담아낸 ‘초야 파드되’에선 긴장과 설렘을, 과거시험을 보러 떠나는 몽룡과 남겨진 춘향의 ‘이별 파드되’는 슬픔과 절망, 그리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의 ‘해후 파드되’에선 기쁨과 환희를 춤으로 표현한다. 한상이는 해후를, 강민우는 초야를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신분을 감추고 등장한 몽룡을 다시 만난 춘향이가 처음엔 불안해하다 암행어사인 걸 알고 안도하면서 환희에 차오르는 장면이에요. 짧은 순간 역동적인 감정을 담아낸 몸짓이 참 아름다워요.”(한)

“초야 파드되에선 춘향과 몽룡의 감정이 쉼 없이 폭발해요. 사랑에 빠진 몽룡이 춘향을 번쩍 들어올리는 기술도 나오거든요. 역대 몽룡 역의 발레리노들 모두 힘들어했다고 하더라고요.”(강)

해후의 환희를 춤으로 춘향, 몽룡을 연기하는 발레리나 한상이(오른쪽)와 발레리노 강민우가 11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극 후반에 나오는 ‘해후(邂逅) 파드되’를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해후의 환희를 춤으로 춘향, 몽룡을 연기하는 발레리나 한상이(오른쪽)와 발레리노 강민우가 11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극 후반에 나오는 ‘해후(邂逅) 파드되’를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춘향과 몽룡의 파드되 외에 여러 무용수가 등장하는 군무 장면도 돋보인다. 고전 발레에는 흔치 않은 남성 군무도 여러 번 등장한다. 왕 앞에서 과거시험을 치르는 장면과 단체로 화관을 쓰고 어사 출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과거 시험을 치르는 장면에서 몽룡이 머리엔 갓을 쓰고 손엔 붓을 쥐고 휘두르면서 높이 뛰었다가 돌기도 하거든요. 거기다 펄럭이는 두루마기까지 입는데…. 움직임이 크고 절도 있어서 멋있긴 하지만 솔직히 실수할까 긴장됩니다.”(강)

‘춘향’에선 무용수들이 발레복 튀튀가 아닌 하늘거리는 한복을 입는다. 한복 디자이너 이정우가 직접 만든 의상은 우아한 춤사위에 색(色)을 더했다. 러닝타임 100여 분간 춘향은 4벌, 몽룡은 6벌이나 의상을 갈아입는다.

“상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발레와 달리 한복의 고운 선에 맞춰 상체를 크게 움직이다 보니 얼핏 한국 무용 같은 느낌도 들 거예요.”(한)

굿거리장단을 닮은 ‘만프레드 교향곡’과 ‘조곡 1번’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배경으로 장구와 소고를 치는 남녀 무용수들이 강강술래 하듯 원을 그리며 도는 장면도 나온다. ‘춘향’은 동서양의 분위기를 조화롭게 구현해냈다는 평을 받는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니 마음 비우고 편안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전통과 고전 발레가 얼마나 조화롭게 만날 수 있는지 보여 드릴게요.”(한, 강)

18∼20일, 3만∼10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발레#춘향#몽룡#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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