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5년부터 2년 2개월 동안 미국 매사추세츠주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자연 속에 파묻혀 살았던 미국 문인이자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그의 행동은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은 꿈꿨을 ‘도피’다. 쏟아지는 업무, 경쟁에 지친 이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한적한 호숫가를 거니는 모습을 상상한다. 동시에 불필요한 소비와 탐욕에서 벗어나는 ‘무소유’의 삶도 갈망한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었나.
저자 역시 월든에서의 삶을 갈망했었다.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서의 삶을 기록한 책 ‘월든’은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라 완독에 번번이 실패했지만 그는 서랍 속에 월든 호숫가 사진을 넣어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꺼내 들었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짜리 원룸에 살게 된 후 인간의 행복과 삶의 의미는 어디에서 오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게 된 저자는 월든으로 떠난다. ‘소로의 모든 것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해’ 월든 투어를 떠났다는 저자는 소로가 살았던 오두막과 숲길, 호숫가를 거닐며 조화로운 삶, 탐욕에서 자유로운 삶, 최소한의 삶을 살아갈 방법을 풀어냈다. 저자는 소로가 호숫가 통나무집에서 영위했던 삶의 자취를 따라간다. 소로는 ‘하루 네 시간 이상 아무 목적 없이 자연과 오롯이 함께하는 산책을 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갈지 알 수 없다’고 책에 썼고, 저자 역시 소로가 걸었던 산책길을 하루 종일 걸었다. 책상과 의자, 침대, 벽난로로만 채워진 그의 소박한 방을 둘러보면서 ‘내가 가지려 하던 것은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이었나’를 스스로 묻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로의 삶에 대한 통찰도 공유한다. 특히 자연 속에서 탐욕을 버리고 ‘무소유’를 실천한 그를 통해 우리 삶에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나간다. 돈이나 물건의 부족함을 콤플렉스로 여기지 않았던 소로는 유일하게 부족함을 느끼는 대상이 시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마음껏 읽고 쓸 수 있는 시간을 갈망했다. 어떻게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지 알면 ‘누구에게도 고용되지 않고,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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