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감수한 지메르만, 깐깐한 준비-단단한 건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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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부터 서울 등 4곳 6차례 공연
거장 미켈란젤리 닮은 완벽주의자… 자기 건반 가지고 다녀서 유명

유니버설뮤직 제공 ⓒ Felix Broede
유니버설뮤직 제공 ⓒ Felix Broede
1975년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만 19세로 우승한 폴란드 피아노계의 별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사진)이 3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다. 자가 격리 7일을 감수하고 입국하는 만큼 선물 보따리도 풍성하다. 대구콘서트하우스(25일)를 시작으로 부산문화회관(2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3월 1, 2, 6일), 대전예술의전당(3월 4일)까지 여섯 차례 공연을 펼친다. 바흐 파르티타 1, 2번과 모국 출신 대가 쇼팽의 소나타 3번, 시마노프스키 마주르카 13∼16번을 연주한다.

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광대한 레퍼토리를 지닌 지메르만은 연주생활 50년을 바라보는 지금도 흐트러짐 없는 기량으로 팬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사이먼 래틀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지난해 발매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곡 전집음반(도이체 그라모폰)은 ‘지메르만의 해석은 찰나의 우아함으로 숨을 멈추게 만든다’(BBC뮤직)는 격찬을 받았다.

지메르만은 ‘피아노를 가지고 다니는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하다. 가장 적합한 터치를 유지하기 위해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구해 다니고, 현장 상황에 따라 건반과 액션(건반 움직임을 현에 전달하는 장치)을 가져와 피아노에 연결하기도 한다. 강박에 가까운 완벽주의의 산물이다. 이런 면모는 한 세대 앞선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1920∼1995)를 연상시킨다. ‘피아노 옮겨 다니기’의 원조가 미켈란젤리였고, 지메르만은 젊은 시절 ‘조율사로 미켈란젤리와 동행하기’가 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완벽주의나 철저한 신조에 따른 ‘까칠함’도 두 연주가는 닮았다. 지메르만은 2003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앞두고 무대에 설치된 마이크 철거를 요구해 콘서트 시작이 지연됐다. 절대 녹음은 없을 것이라는 관계자의 설득이 이어진 뒤에야 연주를 시작했다. 2009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연주회에서 미국의 폴란드 내 미사일 배치를 항의하는 발언으로 객석의 야유를 받았다. 이후 그는 미국에서 더 이상 연주하지 않고 있다. 미켈란젤리가 연주 취소에 따른 위약금 문제 등으로 유감을 표한 일본이나 모국 이탈리아에서까지 연주를 거절한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만년의 거주지로 스위스를 택한 것도 두 사람이 같다. 다른 점이라면 미켈란젤리의 연주가 숙연할 정도의 정갈함을 앞세웠다면, 지메르만은 그를 연상시키는 깨끗한 터치 속에서도 ‘곁을 내주는’ 따뜻함을 더 갖췄다는 것. 서울 공연 7만∼17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피아니스트#지메르만#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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