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번 알리 역은 축복… 발리우드-할리우드도 욕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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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으로 세계적 관심 인도출신 배우 트리파티
2010년 한예종 합격하며 한국행… ‘국제시장’-‘럭키’ 등서 연기 내공
‘사장님’은 한국선 흔한 존칭, 인종차별 표현이라 생각 안해
3개 언어 가능, 더 많은 역할 도전

‘오징어게임’에서 199번 번호를 단 알리가 구슬치기 게임에 참여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게임’에서 199번 번호를 단 알리가 구슬치기 게임에 참여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열풍으로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오른 이는 이정재, 박해수 등 주연 배우만이 아니다. 게임에 참가한 이주노동자 알리로 등장하는 인도 출신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33)도 세계인이 주목하는 배우로 우뚝 섰다. 그는 오징어게임으로 한국에 온 지 11년 만에 한국은 물론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4일 200만 명을 넘었고 12일 현재 340만 명에 이른다.

트리파티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알리가 이런 반응을 얻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축복받은 기분”이라고 밝혔다.

그가 한국에 온 건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장학생으로 선발돼 한국 땅을 밟았다. 2006년 인도에서 연극 ‘스파르타쿠스’의 검투사 역할로 데뷔한 뒤 5년가량 배우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2011년 한예종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 데뷔한 한국 작품은 2014년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이었다. 당시 스리랑카남을 맡은 이후 영화 ‘아수라’ ‘럭키’ ‘승리호’,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 단역으로 등장하며 연기 내공을 다졌다.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알리 역의 인도 출신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 그는 오징어게임의 흥행과 자신의 인기에 대해 “축복받은 기분”이라며 “충무로, 발리우드, 할리우드에서 보다 다양한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했다.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알리 역의 인도 출신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 그는 오징어게임의 흥행과 자신의 인기에 대해 “축복받은 기분”이라며 “충무로, 발리우드, 할리우드에서 보다 다양한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했다. 넷플릭스 제공
그에게 비중 있는 조연을 맡을 기회가 온 건 오징어게임 오디션이 있던 지난해 2월. 그는 “황동혁 감독님이 알리는 덩치가 큰 인물이라고 하셨는데 나는 마른 편이어서 걱정이 컸다. 합격 통보를 받고 하루 종일 춤을 췄다.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199번 참가자 알리 캐릭터를 분석하면서는 고민을 거듭했다. “190여 개국 사람들 대부분이 알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를 처음 접하게 되는 거잖아요. 상투적인 설정을 따라가지 않으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려고 고민했습니다.”

그에게 지금까지 주어진 역할은 이주노동자가 대부분이어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 연기의 폭을 넓힐 기회가 부족했다. 그는 “비슷한 역할 같지만 작품 맥락에 따라 한 명 한 명이 분명 다른 캐릭터인 만큼 모두 다르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면서도 “앞으로 액션, 로맨틱코미디, 사극 등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배역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일각에선 알리 캐릭터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국의 한 대학교수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알리가 게임 참가자들을 ‘Sir(사장님)’라고 부르는 등 복종하는 이미지로 묘사됐다며 인종차별 문제를 제기한 것. 이에 반박 글이 오가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 같은 논란에 그는 “사장님이라는 표현은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존칭이며 상우(박해수) 등에게 사장님이라고 하는 건 감사의 표현이다. 알리는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주체적으로 관계를 맺는 캐릭터”라며 인종차별 지적을 일축했다.

한국 드라마 속 특정 인물 묘사 방식이 미국에서까지 논란이 되는 건 그만큼 K콘텐츠의 인기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 콘텐츠는 영상, 연출 등 분야를 막론하고 상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자신의 작품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런 분들(한국 배우, 제작자 등)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을 한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매일매일이 기대됩니다. 저는 한국어, 힌디어, 영어 등 3가지 언어가 가능한 만큼 앞으로 3배 더 많은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요. 저 자신보다 참여한 작품들과 연기한 배역들로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오징어게임#알리#아누팜 트리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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