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단순하게 먹고 고요하게 산책하라, 철학자처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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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안광복 지음/188쪽·1만3500원·북트리거
◇니체와 함께 산책을/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김윤경 옮김/220쪽·1만4500원·다산초당

‘니체와 함께 산책을’의 저자는 “명상을 해본 적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멍하니 주시했던 경험이 일종의 명상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실제로 우리는 많은 순간에 자신의 존재마저 잊고 그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빨려 들어간 명상 상태에 빠진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니체와 함께 산책을’의 저자는 “명상을 해본 적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멍하니 주시했던 경험이 일종의 명상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실제로 우리는 많은 순간에 자신의 존재마저 잊고 그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빨려 들어간 명상 상태에 빠진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많은 이들이 철학에 목말라 하는 시대다. 철학할 여유를 만들어보려고 해도 바쁜 현대인들에게 사색할 틈을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다. 어렵게 시간을 내 철학 책을 사 보기도 하지만 대개 책장을 덮으며 철학도 끝난다. 짬 안 내고, 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철학은 정말 없는 걸까.

이런 갈증을 느끼는 독자들이 반길 만한 ‘생활 속 철학’을 다룬 책 2권이 출간됐다. ‘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의 저자는 책의 제목처럼 고대 그리스의 쾌락주의 철학자 에피쿠로스(기원전 341년∼기원전 270년경)의 마음으로 식사하는 게 ‘식탁 앞 철학’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혀끝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단짠단짠’(달면서 동시에 짠맛), ‘고탄고지’(고탄수화물 고지방) 식품으로 식탁을 가득 메우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오산이다. 에피쿠로스가 강조했던 것은 가짜 욕구, 과욕이 아닌 자연적이면서도 필연적인 욕구의 충족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주일간 접한 음식들을 떠올려 보자. 직접 섭취한 식단도 좋고 미디어에서 조명한 음식도 괜찮다. 칼로리가 무척 높거나 맛이 너무 복잡한 식사는 아니었는지. 기름진 패스트푸드와 달콤한 디저트 등 식도락과 먹방의 전성시대에서 각광받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화려하고 복잡하다.

그러나 자연에는 ‘단짠’이 없다. 저자는 “자연 속 음식들은 과일같이 달거나, 생선처럼 간간하거나, 돼지고기처럼 기름지거나 할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인간은 자연이 제공하는 음식들만으로도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을 떠올려 볼 때 복잡한 맛의 음식들은 인간에게 모두 과하거나 불필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동물들이 죽고 식재료가 남용된다. 맛있다는 이유로 우리 몸이나 자연에 고통을 주는 음식을 먹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것. 탐식하는 ‘배부른 돼지’와 미식하는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가르는 차이가 여기에서 온다.


이보다 더 쉬운 생활 속 철학도 있다. 바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다. ‘니체와 함께 산책을’의 저자는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 등 철학자들의 사상이 명상에서 배태됐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니체는 하루에 8시간까지 걸을 정도로 ‘산책광’이었는데, 이는 명상에 빠지기 위해서였다. 병약했던 그가 이토록 긴 산책을 즐겼던 이유는 산책 중 자연과 자신의 경계가 사라지며 찾아오는 명상 시간을 기다리기 위해서다. 이 시간 속에서 니체의 수많은 사상들이 탄생했다.

괴테 역시 모두가 잠든 새벽길을 홀로 걸으며 달빛에 젖는 순간을 즐겼다. 그의 시 ‘들장미’(1771년),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년)에는 자연에 완벽히 융화된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구사하기 어려운 유려한 풍경 묘사가 곳곳에 등장한다.

마침 곡식이 익어가는 계절, 휘영청 밝은 달이 선선한 밤공기를 비추는 계절이다. 좋은 음식과 산책을 통해 그동안 쌓였던 철학에 대한 갈증을 풀어보는 건 어떨까.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철학자#니체#에피쿠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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