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만들며 치아 6개 빠져…‘망작 아니면 걸작’ 예상”

손효주 기자 입력 2021-09-28 13:45수정 2021-09-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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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 넷플릭스 제공 © 뉴스1
“애들이 하는 게임을 (어른들이) 목숨 걸고 한다는 콘셉트 자체가 말이 될까? 비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작품을 만들며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전세계적인 열풍은 예상을 못해서 얼떨떨하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28일 진행된 언론사 공동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을 두고 ‘망작 아니면 걸작’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100점 만점의 모험지수가 있다면 100점에 가깝다고 자평했을 정도. 그러나 이 작품은 전세계에서 게임 패러디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등 공개(17일)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세계인의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27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23일 세계 1위에 오른 뒤 닷새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날 넷플릭스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는 한 대담에서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하는 등 오징어게임이 한국 드라마의 역사는 물론 넷플릭스의 역사까지 다시 쓸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상물 창작자로서 최고의 영광을 누리고 있는 황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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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CEO가 직접 언급할 정도로 인기다. 전세계적인 인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다른 게임장르물과 다르게 룰이 매우 단순한 게임들로 구성된 점, 인물에 대한 서사가 비교적 자세해 인물들에게 몰입할 수 있는 점이 비결 아닐까 한다.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단순한 게임이 세계적인 소구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다. 남녀노소 세대불문 전세계인들이 최대한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만들었는데 이 정도까지 열풍이 불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하는 욕심도 생긴다.”

-기존 데스게임을 다룬 작품들을 표절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들과 비교할 때 오징어게임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기존 게임장르물의 게임이 어렵고 복잡했던 것과 달리 ‘오징어게임’ 속 게임은 전세계 남녀노소 누구나 30초면 그 룰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 1인의 영웅이 존재하는 기존 작품들과 이번 작품은 승자도, 영웅도 없는 루저들 이야기다. 게임의 승자도 진정한 승자가 아니라 남의 도움을 받아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지 않나. 게임이 아니라 사람에 주목한 작품이라는 점이 다르다.”

-작품 연출에 있어 어떤 부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나.


“게임물은 자칫 잘못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되고 소수 마니아들만을 위한 작품이 된다. 저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 판타지적 요소와 현실적인 요소를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구현해내는 것에 공을 들였다.”

-극중 어떤 요소가 세계인들의 공감을 끌어냈을까.

“2008년에 처음 이 작품을 구상했을 때 낯설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현실감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10여 년이 지나면서 슬프게도 살벌한 서바이벌이 잘 어울리는 세상이 된 거다. 주식과 코인 열풍이 부는 등 현시점에 일확천금 노리는 게임이라는 소재 자체가 전세계인들의 공감을 끌어낸 것 같다.”

-왜 하필 게임 참가자는 456명이고 우승상금은 456억 원인가.

“처음 작품을 구상했을 당시엔 1000명이 참가하고 우승상금은 100억 원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나면서 100억 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 돼버려서 상금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로또 역대 최고 당청금(407억 원)으로 해야겠다 싶어서 400억 원대로 설정했고, 400억 원 대에서도 가장 기억하기 좋은 숫자로 설정하다보니 456억 원에 456명이 된 것이다.”

-극중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 6개 게임이 나온다. 어떻게 선정한 건가? 이중 가장 상징적인 게임은 뭔가.


“여성들에게 유리한 게임인 공기놀이나 고무줄놀이도 생각해봤지만 긴장감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었고 룰도 다소 어려웠다. 전세계를 목표로 가장 단순한 룰의 게임으로 정하다 보니 뺀 게임들이 좀 있다. 6개 게임은 아니지만 딱지치기는 실뜨기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두 남자가 앉아서 실뜨기를 하는 광경이 웃길 것 같았다(웃음). 그런데 역시 룰이 어려웠다. 가장 상징적인 게임은 징검다리 건너기다. 앞사람이 희생해야 뒷사람이 끝까지 가서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이 사회의 승자인 사람들은 결국 패자들의 시체 위에 서있는 것이니 패자들을 기억해야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극중 성기훈(이정재)은 ‘드래곤모터스’라는 자동차회사에서 일하다 해고된 인물로 나온다. 과거 쌍용차 사태를 염두에 둔건가.

“쌍용차 사태를 참고한 건 맞다. 누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한순간에 기훈과 같은 입장이 될 수 있다. 잘 다니던 직장이 어느 날 도산할 수도 있고… 지금도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몰리고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보고 싶었다.”

-정치권에서도 유행처럼 ‘오징어게임’을 언급하고 있다.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은 자신을 ‘오징어게임 속 말’이라고 표현했는데.

“창작자가 어떤 작품을 내놓으면 그 작품은 창작자의 손을 떠난 것이다. 수용자들이 제 작품을 다루는 문제에 대해 제가 입장을 가지는 건 적절한 태도가 아닌 것 같다.”

-드라마 결말에 여러 여지를 남겨둬 시즌2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시즌1을 만들면서 제작하고 연출하고 각본 쓰고 하는 과정이 너무너무 힘들었다. 매일밤 잠을 못자 스트레스 지수가 100이었다. 이가 6개나 빠졌다. 시즌2를 하면 틀니를 해야되지 않을까 싶어 고민 중이다(웃음). 시즌2를 안하면 난리가 날 거 같은 분위기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도 몇가지 있는데 우선 영화 한 편을 먼저 하고 그 뒤에 시즌2는 좀 더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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