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아파트 단지에서 찾은 친근한 생물학

손효주 기자 입력 2021-09-04 03:00수정 2021-09-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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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곽재식 지음/340쪽·1만6800원·북트리거
“과학 연구라고 해서 머나먼 정글이나 깊은 해저를 탐사해야만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학 박사이자 공상과학(SF) 소설가인 저자는 말한다. 평범하게 지나던 바로 내 곁, 내 집에서도 신기한 현상은 일어나고 있다고. 저자가 과학 연구 중에서도 생물학 연구를 위해 돌아볼 것을 권유하는 곳은 아파트와 그 주변이다. 그곳엔 소나무와 철쭉이 있다. 주차장 차 밑에는 길고양이가 살고 단지 내엔 황조롱이가 오간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와 보면 곰팡이와 집먼지 진드기가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아파트엔 탐구해 볼 만한 생물들이 널려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 흔한 철쭉에는 ‘로도덴드론 슐리펜바키 막심’이라는 러시아어 학명이 붙어 있다. 러시아 해군장교 바론 슐리펜바흐는 1854년 조선에서 발견한 철쭉을 러시아 식물학자 카를 막시모비치에게 보낸다. ‘붉은 나무’를 뜻하는 ‘로도덴드론’에 두 사람의 이름을 합쳐 탄생한 이름이 철쭉의 학명이 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길고양이에 주목하며 ‘고양이 지식 보따리’도 풀어낸다. 조선의 숙종은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 금손을 아꼈고, 효종의 딸 숙명공주도 고양이를 좋아했다. 조상들이 고양이를 꺼림칙한 존재로 여긴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 한반도에 고양이가 전해진 건 삼국시대로 추정된다. 한반도에 불교를 전하려 배를 타고 오던 사람들이 배에 실은 불경을 쥐가 파먹지 못하도록 고양이를 태우고 온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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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렇듯 내 주변의 흔한 것들에서 생물학 여행을 시작할 것을 권한다.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던 생물학과의 거리를 좁혀 보자는 취지다.

저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아파트도 연결시킨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엘리베이터 등 공용 공간에서 마스크를 철저히 쓰게 되는 등 아파트 풍경이 바뀌었다는 것. 코로나19처럼 시의성 높은 주제나 아메바 등 저자의 기존 관심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이들 주제와 아파트의 연결 고리를 무리하게 만들어낸 부분은 이 책의 아쉬운 점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생물학#아파트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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