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둑은 기다림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한판이 아닐까 싶다. 도발할 수 있었던 여러 차례의 기회에서 셰커 8단은 참고, 또 참고 기다렸다. 그런 상대의 모습에서 이치리키 료 9단은 조금씩 의심을 품게 되었고, 결국엔 자신의 형세 판단에 확신을 갖지 못해 판을 그르쳤다.
참고도는 종반전으로, 중앙만 잘 정리하면 흑의 승리가 무난한 장면이다. 우세한 흑은 모험을 감수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부자 몸조심’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치리키 9단이 흑 1, 3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형세 판단에 확신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백 12까지 중앙에서 흑이 크게 보태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그 뒤로 묘수를 두며 기사회생하는 듯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치리키 9단으로서는 무척 아쉬움이 남을 준결승 1국이 되고 말았다. 175=151. 214수 끝 백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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