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대 청년들의 단칸방 탈출기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6-02 03:00수정 2021-06-0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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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인도 탈출기’ 지난달 개막
단칸방 사는 청년들의 삶과 꿈 그려
김동준 배우 첫 뮤지컬
성실한 취준생 ‘봉수’역 맡아 열연
뮤지컬 ‘무인도 탈출기’에서 ‘봉수’ 역을 맡은 배우 김동준(왼쪽)이 무인도에 도착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면. ‘동현’ 역의 박영수는 찬 바닷속에 빠진 상황부터 떠올려 보라고 말한다. 극단 ‘섬으로 간 나비’ 제공
취업 서류전형 탈락, 공모전 낙방, 고된 아르바이트….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펭귄의 본체로 알려진 배우가 첫 뮤지컬 무대에 도전해 청년의 애환과 꿈을 노래한다. 사회로 막 발돋움하려는 청년들은 과연 무인도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달 개막한 뮤지컬 ‘무인도 탈출기’는 햇볕 한 줌 들지 않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지하창고 단칸방에 사는 청년들의 삶을 그렸다. 이들은 취업난과 무한경쟁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자책감에 방황한다. 2016년 연극으로 처음 선보인 작품은 지난해 뮤지컬 버전으로 탈바꿈했다. 올해가 뮤지컬로는 두 번째 시즌. 전체 줄거리는 유지하되 넘버와 연기를 가다듬으며 수작으로 거듭났다.

등장인물 3인은 실제 청년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막 서른 살을 넘긴 ‘동현’은 대학 문예창작과 출신으로 방에 누워 자신이 쓰고픈 이야기를 상상한다. 하지만 글은 잘 써지지 않고 취업시장에 뛰어들기도 망설여진다. 단칸방에 같이 사는 친구 ‘봉수’는 시간을 1초도 낭비하지 않을 정도로 성실히 살지만 매번 취업 문턱에서 좌절해 삶의 목표를 잃었다. 인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수아’는 공모전 상금 500만 원을 타기 위해 두 사람과 함께 연극을 만들기로 한다. 작품이 ‘극 중 극’의 형태로 나아가면서 허름했던 단칸방은 인물들의 상상 속에서 북태평양의 무인도로 바뀐다.

이번 공연에는 특히 배우 김동준이 봉수 역할로 참여해 화제다. 연극배우 출신인 그의 첫 뮤지컬 도전이다. 유쾌하면서도 진심 어린 그의 연기에 객석에서는 쉴 새 없이 잔잔한 웃음과 눈물이 터져 나온다. 물론 작품을 감상할 때 남극 출신 펭귄과 대학로에서 열연 중인 그를 굳이 연관지을 필요는 없겠다. 극단 섬으로 간 나비 관계자도 “우리 작품에 펭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펭귄은 펭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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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극 중 극에서 공간적 배경이 되는 무인도는 의미심장하다. 무인도에 표류한 이들은 처음에 고독감에 몸부림치며 탈출을 꿈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과 주변인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무인도에 애착을 느낀다. 구조선이 다가와도 ‘꼭 여기를 탈출해야 할까’라며 고민한다. 공간적 차원에서 무인도는 현실에서 고립된 단칸방을 의미하고, 험난한 사회로부터의 안식처로 읽히기도 한다. 혹은 누구든 마음 깊은 곳에 품어둔 자신의 진짜 모습이나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을 뜻할 수도 있다.

극은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청년들의 삶을 노래한다. 동현 역에 박영수 안재영 박건, 수아 역에 박란주 손지애 이휴, 봉수 역에 김동준 박정원 강찬이 각각 연기한다. 배우들의 노래 이상으로 연기력이 돋보이는데 객석에 위로를 건네기에 충분하다. 8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드림아트센터 2관, 6만 원, 13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뮤지컬#무인도 탈출기#청년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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