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 뉴욕으로 가다[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5-22 03:00수정 2021-05-22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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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뉴욕으로 퇴근합니다/이은지 황고운 지음/296쪽·1만6000원·청림출판

이호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길어지면서 산이나 바다에서 일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노트북과 와이파이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는 정보기술(IT)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다. 강원 양양군처럼 수도권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특히 인기다. 바닷가 카페에서 일하다 오후 6시 1분만 되면 서핑보드를 들고 파도로 뛰어든다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우울한데 미세먼지까지 덮쳐올 때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부러워 질투가 날 지경이다.

이 책엔 미국 뉴욕에서 한 달 동안 살다 온 디지털 노마드 2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둘은 그 나름 공유 사무실을 조사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실상은 퇴근 후 뉴욕에서 놀기 위해 한국을 떠난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이전인 3년 전 일이고, 지금은 해외로 떠나기 쉽지 않지만 저자들이 겪고 느낀 바는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는 지금 의미 있게 느껴진다.

업무 시간에 두 사람은 뉴욕의 공유 오피스를 조사한다. 한국에도 공유 오피스가 꽤 생겼지만 디지털 노마드가 많은 뉴욕엔 색다른 곳이 더 많다. ‘BKBS’라는 공유 오피스는 한쪽에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꾸며뒀다. 일하다 지치면 바로 옆으로 와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라는 것이다. 공유 오피스 ‘어셈블리지’엔 2600여 종의 식물이 꽉 차 있다. 싱그러운 식물과 함께 있다 보면 일하는 시간이 조금 즐거워질지도 모르겠다. 숙박 공간인 ‘에이스 호텔’은 1층 로비를 공유 오피스로 만든 사례다. 한 달 살기를 계획하고 온 디지털 노마드에겐 일석이조인 셈이다.

퇴근 후 저자들은 뉴욕을 마음껏 즐긴다. 곳곳에 위치한 재즈바와 마카롱 판매점을 찾아가고, 센트럴파크에서 하루의 끝을 맞이한다. 한국에선 집에만 머물러 있던 이들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도착한 곳에선 자유롭게 유랑한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신나게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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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가 아무 생각 없이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종종 이런 생각에 빠진다. 혹시 서울에서도 삶을 더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센트럴파크에서 보는 노을만큼 한강에서 보는 일몰도 아름답지 않았을까.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으며 소소한 행복을 찾는 건 한국에서도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여행 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워 보일 뿐이고, 내가 살던 그곳에서도 삶을 더 충실히 꾸밀 수 있지 않았을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이들이 참고해야 할 팁도 얻어갈 수 있다. 자신이 가보고 싶었던 지역으로 갈 것. 퇴근 후 갈 만한 맛집을 미리 찾아둘 것. 홀로 외롭게 고립되기보단 함께 일하는 동료가 있으면 의지가 된다는 것. 가장 중요한 건 업무 시간과 휴식 시간을 명확히 구분해야 삶이 망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정한 디지털 노마드가 되려면 책임감이 따르는 법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디지털 노마드#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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