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길 막히자, 이색 여행서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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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만난 사람에게 편지
출국 전 일정 계획하기 등 다양한 주제 여행서 잇따라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을 도둑맞은 당신에게.”

여행 에세이 ‘모든 요일의 여행’으로 인기를 끌었던 카피라이터 김민철 씨가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미디어창비)를 8일 출간했다. 저자는 과거 여행지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기억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편지 쓰기를 꼽으며 책머리에 이렇게 썼다. 책은 “단숨에 읽기보다 한 통씩 천천히 음미하며 당신의 여행 기억을 떠올려 보라”고 권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며 2년째 여행길이 막힌 가운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색 여행서들이 있다. 당장 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출간된 여행서들이 독자들의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고 있는 것.

편지 형식으로 쓴 ‘우리는…’에서 저자는 프랑스 남부의 시골 마을 루르마랭에서 만났던 네덜란드 출신 초보 화가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프랑스 여행 중 방문했던 곳들을 떠올린다. 저자의 신혼여행지인 아일랜드 애런섬에서는 그곳의 변화무쌍한 풍경을 담아 지금의 남편을 소개해 줬던 친구에게 편지를 띄운다.

지난 여행을 추억하고 앞으로의 여행을 계획해볼 수 있는 페이지를 마련한 ‘독자 참여형 에세이’도 있다. 올해 1월 출판사 허밍버드는 12년간 70개국 500개 도시를 누빈 여행작가 청춘유리의 3번째 여행 에세이 ‘유럽예약’(사진)을 펴냈다. 유럽의 다양한 도시들을 소개하지만 눈길이 가는 대목은 독자를 위해 비워둔 페이지다.

책 중간중간엔 “당신에게 유럽은 어떤 냄새로 기억되나요?”와 같은 저자의 질문에 답하며 여행을 떠올릴 수 있는 Q&A 페이지, 지도 위에 언젠가 떠날 여행을 계획할 수 있는 루트 페이지와 플랜 페이지 등이 마련돼 있다. 여행길이 막힌 상황이지만 책 한 권으로 집 앞 카페에서도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저자의 목표. 실제로 독자들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독서 시간이 1시간도, 10시간도 걸릴 수 있는 색다른 여행서”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윤지원 허밍버드 마케팅팀 매니저는 “떠날 날만을 고대하고 있을 독자들이 아쉬움이 아닌 즐거운 마음으로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참여형 여행 에세이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출간된 여행 에세이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상상출판)는 판매 2분 만에 초판 4000권이 모두 팔려 출판계를 놀라게 했다. 저자 김옥선 씨는 직업 여행가이자 58만 명이 구독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청춘여락’의 운영자. 팬데믹으로 반(半)실업 상태에 놓이며 누구보다 큰 타격을 받았던 저자의 슬럼프 극복기가 담겼다.

번아웃 상태에 빠져 했던 고민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떠났지만 결국 완주하지 못한 국토대장정의 과정이 기록돼 있다. 어떤 대목은 너무 진솔해서 독자들에게 위로가 된다. 저자는 책 말미에 이렇게 썼다. “여행을 하다 보면 사람에게 상처 받기도 하고 구원 받기도 한다. 그건 여행자 잘못이 아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해외 길#이색 여행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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