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손맛 못잊어… 만년필 3만원대 제품 무난” [덕후의 비밀노트]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1-21 03:00수정 2021-01-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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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는 옳다’ 펴낸 정윤희 작가
“쓰고 지울 일이 많다면 팔로미노 블랙윙 연필 적당
민감한 정보 감출 수 있는 보안용 도장-테이프도 추천”
19일 서울 종로구 핫트랙스 광화문점에서 만난 정윤희 작가는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문구를 고르고 쓰는 기쁨을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문구에 대한 추천과 사연을 담은 에세이 ‘문구는 옳다’(오후의 서재)를 10일 펴낸 정윤희 작가는 ‘문구 덕후’다. 남들이 신상 가방과 구두를 사들일 때 그는 신상 문구를 사러 문구점으로 향하곤 했다. “잉크 향에 흥분하고 종이 질에 예민하다”는 그에게 초등학생 조카는 문구점을 차리자는 제안을 할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매일 문구를 사들이며 살고 있다. 19일 그를 만나 스마트 기기가 넘치는 시대에도 문구가 필요한 이유를 듣고, 유용한 문구를 추천받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메모할 수 있는 세상이다.


“언젠가부터 수첩과 펜을 가지고 다니는 이들이 사라졌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여전히 펜으로 쓴다. 글을 쓸 때 나는 사각사각 소리와 펜을 잡는 손맛을 잊지 못해서다. 학창 시절 다양한 펜으로 공책에 필기하던 향수가 남은 중장년층뿐만이 아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아날로그 문구는 새로운 문화로 유행하고 있다.”

―스마트 펜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는데….

“갤럭시 S펜, 애플 펜슬은 훌륭하지만 아날로그는 디지털이 구현하지 못하는 디테일에 강하다. 그렇다고 디지털과 아날로그에 벽을 만들고 싶지 않다. 스마트 펜으로 손맛을 본 이들이 더 나은 손맛을 찾아 아날로그 펜을 찾기도 한다. 나 역시 모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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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필요한 문구를 추천해 달라.

“만년필을 쓰면 회사에서 각종 서류에 서명할 때 고급스러운 느낌을 줘 유용하다. 펜촉이 쓰는 사람에 맞게 길들여지기 때문에 오래 쓴 가죽 제품처럼 오래될수록 매력에 빠져든다. 볼펜심에서 삐져나오는 ‘볼펜 똥’이 싫다면 꼭 사용해 보자. 만년필이라고 해서 고급 제품만 고를 필요는 없다. ‘라미 사파리 만년필’은 3만 원대로 구입할 수 있지만 엄지와 검지로 잡는 느낌이 편안하다.”

―다른 필기구를 원한다면….

“쓰고 지울 일이 많다면 ‘팔로미노 블랙윙 연필’을 추천한다. 필기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쉽게 번지지 않아 소설가 존 스타인벡, 디즈니 애니메이터 샤머스 컬하인 등 저명한 예술가들이 즐겨 사용한다. ‘펜텔 트라디오 스타일로 수성펜’처럼 만년필의 필기감과 비슷하면서도 튼튼한 유사 제품도 좋다. 독특한 펜을 원한다면 ‘피셔 스페이스 펜’에 도전해볼 만하다. 무중력인 우주 공간에서 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영하 35도와 영상 121도에서도 필기할 수 있다.”

―문구를 가지고 다니는 게 불편하지 않나.

“얇고 길게 만든 ‘스틱형 가위’는 필통 안에 쏙 들어간다. 지우개 역시 예전처럼 둔탁한 디자인 대신 얇고 길게 나온 제품이 많이 있다. 가방 안에 작은 필통 하나만 있으면 된다.”

―회사생활에 유용한 문구가 있나.

“민감한 정보가 들어 있는 문서를 파쇄하지 않고도 정보를 감추는 역할을 하는 ‘보안 문구’가 유용하다. 롤러 타입의 고무에 특수한 패턴이 박혀 있는 도장을 회사 문서나 영수증에 문지르면 개인정보가 순식간에 감춰진다. 패턴이 들어간 수정테이프를 사용하면 종이 뒷면에 지워진 글자가 비치지 않는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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