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션들이 재해석한 아랍-유대 듀오의 음악… 긍정 에너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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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전자음악 듀오 ‘크로미오’
올 6월 발매 음반 전체 수록곡
한국 전자음악가 아홉 팀에 의뢰
‘리믹스 버전’ 재해석 맡겨 화제

캐나다 전자음악 듀오 ‘크로미오’의 앨범을 국내 전자음악가 아홉 팀이 재해석한 ‘격리된 카사노바(서울 리믹스)’ 앨범 재킷(왼쪽 사진). 크로미오의 데이비드 매클로비치(오른쪽 사진 왼쪽)와 패트릭 게마옐. EMA 제공
캐나다 전자음악 듀오 ‘크로미오’의 앨범을 국내 전자음악가 아홉 팀이 재해석한 ‘격리된 카사노바(서울 리믹스)’ 앨범 재킷(왼쪽 사진). 크로미오의 데이비드 매클로비치(오른쪽 사진 왼쪽)와 패트릭 게마옐. EMA 제공
‘격리된 카사노바(서울 리믹스)’

고딕체로 선명하게 박힌 한글. 캐나다 음악인의 최신 앨범 표지가 두 눈을 의심케 했다. 주인공은 그래미, 주노, MTV 어워즈 후보에도 오른 세계적 전자음악 듀오 크로미오(Chromeo). 저 괴이한 앨범(영어명 ‘Quarantine Casanova(The Seoul Remixes)’)은 이들이 올 6월 낸 ‘Quarantine Casanova’의 곡들을 글렌체크, DJ 코난, 수민 등 한국 전자음악가 아홉 팀이 재해석한 음반. 몬트리올도, 뉴욕도, 도쿄도 아닌 서울만 콕 찍어 리믹스를 맡긴 이유가 뭘까.

최근 e메일로 만난 크로미오는 “서울에 놀라운 네오-펑크와 솔 뮤직 신(scene)이 있다는 것을 지난 방한 때 알았다. 대단한 재능의 한국인들이 어떤 식으로 우리 음악을 재해석해 낼지가 궁금했다”고 했다.

크로미오는 디스코, 펑크(funk), 록을 뒤섞은 웰메이드 복고 음악에 배꼽 잡는 가사를 얹는 재주로 정평이 나 있다. 팀명부터 재기발랄.

“차갑고 단단한 금속 크롬, 부드럽고 상냥한 연인 로미오. 둘을 섞어버렸죠. 한마디로 바람둥이 로봇을 뜻해요.”

수록곡 면면도 걸작이다. ‘Clorox Wipe’(위생 물티슈), ‘6 Feet Away’(1.8m 거리 두기), ‘Cabin Fever’(밀실 공포증) 등. 마트에서 장 보다 첫눈에 반한 여인에게 접근하지 못하는, 방역수칙을 엄수하는 사내의 설움 등 ‘웃픈’ 상황극이 빼곡하다.

“3월부터 모든 공연이 취소되며 스튜디오에 틀어박혔어요. 서로가 있음이 얼마나 축복이던지요. 상대를 웃길 노래를 함께 써대기 시작했죠.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정식 앨범으로 내보기로 했어요.”

멤버 한 명은 아랍계, 다른 하나는 유대계. 스스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성공적 아랍-유대 듀오’라 눙친다. “펑크와 신시사이저가 우리 음악 DNA의 70%”라는 이들에게 복고적 ‘일렉트로-펑크’에 천착하는 이유를 묻자 그제야 길고 진지한 답변이 나왔다.

“수백 년간 인류의 손에 익은 실제 악기 대신에 어느 날 갑자기 컴퓨터와 신시사이저가 발달하기 시작한 1970, 80년대를 상상해 봐요. 흥분한 음악가들이 로봇과 인간의 음악적 융합을 앞다퉈 실험했죠. 크롬과 로미오 같은 조합을요.”

크로미오는 서울 사람들의 리믹스가 맘에 쏙 든다고 했다.

“한 곡을 꼽기 어려울 지경이에요. 글렌체크의 코드 진행, 코난의 베이스 사운드, 수민의 전자적인 하이햇 소리, 마스 비스타의 에너지 등등 앨범 전체가 통으로 완벽한 걸작입니다!”

크로미오는 “춤출 줄 아는 모든 한국인은 ‘격리된 카사노바’를 반드시 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저희는 음악을 만들 때 늘 유머와 긍정 에너지에 집중해요. 한국에 춤꾼들이 수두룩하다는 걸 다 알고 있습니다. 샤워할 때, 기상 시에, 외출 준비할 때 계속 들어주세요. 쉴 새 없이 춰주세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한국 뮤지션#아랍-유대#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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