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도굴꾼’으로 변신한 이제훈 “강동구 연기 후 능청스러워졌죠”

김재희 기자 입력 2020-10-29 17:54수정 2020-10-2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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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제훈(36)에게는 다양한 얼굴이 있다. 독기와 순수, 장난기와 진중함을 오간다. 영화 ‘파수꾼’에서 친구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서슴지 않는 위태롭고 거친 고등학생 ‘기태’를 연기했던 그는 ‘건축학개론’에서 첫사랑에 아파하는 숫기 없는 스무 살 대학생 ‘승민’으로 변신했다. ‘박열’에서는 숨통을 조여 오는 일본에 뜻을 굽히지 않는, 패기 어린 독립운동가 박열을 재현했다.

11월 4일 개봉하는 영화 ‘도굴’에서 이제훈의 얼굴은 또 새롭다. 흙의 맛만 봐도 보물이 묻힌 곳을 직감으로 아는 천재 도굴꾼을 연기한 그는 능청스럽고 뻔뻔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강동구’라는 캐릭터 안에 담아냈다. “강동구를 연기하다 보니 실제로 말이 많고 밝아졌다”는 그를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강동구는 고미술계 엘리트 큐레이터 ‘윤실장’(신혜선)의 제안으로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 삽질의 달인 ‘삽다리’(임원희)를 섭외해 ‘드림팀’을 꾸린 뒤 서울 강남구 한복판에 있는 선릉 도굴 계획을 추진한다.

“강동구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머리에 총이 겨눠진,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쉴 새 없이 떠들죠. 촐싹대지만 능청스럽게 위기를 탈출해요. 이런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전 사석에서도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편이고, 정적이 흘러도 어색해하지 않는 성격인데 강동구를 연기한 뒤 말이 많아지고 능청스러워졌다는 얘길 많이 듣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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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를 분석할 때 기존 작품들을 참고한다는 그는 이번 작품에선 그럴 필요가 없었을 정도로 머릿속에 강동구가 쉽게 그려졌다고 했다.

“대사를 읽는데 저도 모르게 능청스러운 강동구를 표현해 내더라고요. 동구의 대사량이 굉장히 많은데 정보를 전달한다기보다 제가 빠져들어 신나서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강동구는 황영사 금동불상, 고구려 고분벽화에 이어 선릉에 묻힌 조선의 보물까지 숨 돌릴 틈 없이 도굴의 판을 키운다. 고구려 고분벽화 도굴 장면에서는 전동드릴을 들고 벽을 뚫었고, 선릉 도굴 촬영 때는 물이 차오르는 땅굴에서 굴렀다.

“땅을 파고, 벽을 뚫는 과정에서 잔해물이 많이 떨어지는데 미술팀이 콩가루, 선식 등 먹을 수 있는 재료로 세트를 만들어 주셔서 어렵지 않게 촬영했어요. 수중촬영에서는 물이 흐르는 상황이라 고인 물에 들어가 있는 것보다 훨씬 추웠고, 흙탕물을 마시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 순간들도 다 추억이에요.”

출연하는 영화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그는 30대 후반에 접어든 지금 “농익은 멜로에 목이 마르다”고.

“건축학개론에서 20대의 풋풋한 첫사랑을 표현했다면, 30대 중후반에 사랑을 연기할 기회를 너무나도 기다리고 있어요. 마흔이 되기 전에 어른스러운 사랑, 짙게 물들 수 있는 사랑을 꼭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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