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에 날개를]버스에서 책 읽고 퀴즈 풀고… “캠핑 재미가 2배”

파주=최고야 기자 입력 2020-10-19 03:00수정 2020-10-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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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공동 캠페인
파주 평화누리캠핑장 찾은 ‘책버스’
16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평화누리 캠핑장의 ‘책 읽는 버스’에서 부모님과 어린이들이 환경을 주제로 한 구연동화를 경청하고 있다. 파주=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친구들, 모여라!”

움직이는 작은 도서관 ‘책 읽는 버스’가 16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평화누리 캠핑장에 멈춰 섰다. 보라색 머리의 마녀로 분장한 구연동화 선생님이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치자 마스크를 쓴 아이 20여 명이 버스 앞에 모여들었다.

“쿵덕쿵덕 시소 타며 박수쳐 봐요, 짝짝짝, 이제 바닷속으로 들어가 볼게요.”

구연동화가 시작되자 아이들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구연동화 선생님이 가방에 있던 쓰레기를 바다에 휙휙 버리는 시늉을 하자 아이들은 “안 돼! 버리는 거 다 봤어요!”라며 함께 쓰레기를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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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인승 버스를 개조한 ‘책 읽는 버스’는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운영하고 KB국민은행이 후원하는 이동식 도서관이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의 농어촌을 찾아가거나, 전국의 지역축제나 캠핑장 등을 찾아다니며 책 읽기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책 대여도 해주고 구연동화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책 읽는 버스’는 올 추석 연휴 이곳에 시범 삼아 왔을 때 캠핑객들의 반응이 좋아 25일까지 연장 운영하고 있다. 7, 8월 휴가철에 강릉 연곡해변 솔향기캠핑장에 다녀간 ‘책 읽는 버스’ 기사를 보고 캠핑장이 먼저 초청했다. 최민희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사무국장은 “부모님들이 주로 텐트를 치거나 요리하는 시간에 아이들이 버스에 와서 책을 읽고 놀다간다”고 했다. 아이들이 드나드는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하루에 수차례 버스 안팎을 소독하는 등 방역을 하고 있다.

이번에 환경 관련 퀴즈가 적힌 보드에 ○, X 칸 중 맞는 답에 스티커를 붙이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미세먼지 크기는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과 같다’ ‘플라스틱 포장 같은 일회용품은 분해되기까지 수세기가 걸린다’ 등 어린이가 풀기엔 쉽지 않은 문제였지만 엄마 아빠와 상의하고 정답 칸에 스티커를 붙이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구연동화를 본 강지우 군은 “캠핑장에 쓰레기가 있으면 주워서 버리겠다”며 “내일도 구연동화 선생님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동생과 함께 책 버스에 오른 김은영 양은 “버스에 도서관이 있어서 신기하다. 날씨가 추워졌는데 버스 안에서 따뜻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엄마 손을 잡고 책 버스를 찾은 안해윤 군은 “아직 한글을 모르지만 엄마가 집에 있는 책 말고 다른 책을 읽어주니까 좋다”고 했다.

어른들의 반응도 좋았다. 이날 휴가를 내고 5세 딸과 함께 캠핑장을 찾은 구태훈 씨(44)는 “버스 도서관은 처음 봤다. 소외지역이나 캠핑장을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책 읽을 기회를 주니 굉장히 뜻깊어 보인다”고 말했다. 딸을 데리고 구연동화를 들은 조혜정 씨(37)는 “아이들이 무료해지면 스마트폰을 달라고 조르는데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겨서 좋다”고 했다.

파주=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임진각평화누리#캠핑장#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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