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마이크 잡은 기타 명장 “포크의 전설 모두 풀겠다”

  • 동아일보

수천장 음반 참여한 함춘호, 첫 포크 전문 라디오 프로 진행

9일 만난 기타리스트 함춘호 씨의 언변은 그의 연주와 비슷했다. 한 음 한 음 정성을 다한, 따뜻한 정교함…. 그는 놀랍게도 기타를 독학했다. “마음으로 연주하듯, 진심으로 다가서고 싶습니다.” TBS 제공
9일 만난 기타리스트 함춘호 씨의 언변은 그의 연주와 비슷했다. 한 음 한 음 정성을 다한, 따뜻한 정교함…. 그는 놀랍게도 기타를 독학했다. “마음으로 연주하듯, 진심으로 다가서고 싶습니다.” TBS 제공
수많은 공란이 생기고 결국 역사의 댐이 균열할 것이다. 만약 어느 날 심술 난 신께서 가요사의 모든 페이지에서 ‘함춘호’를 지운다면….

수천 장의 가요 녹음에 참여한 한국 대표 기타 명장 함춘호 씨(59)가 처음으로 라디오 DJ를 맡는다. 11일 처음 전파를 탄 국내 최초 포크 전문 프로그램 ‘함춘호의 포크송’(TBS FM 매주 일요일 오전 7∼8시·연출 김경래 김현우)이다.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TBS 교통방송 사옥에서 만난 함 씨는 “늘 아티스트보다 한 발짝 뒤에서 연주했는데 DJ로 한 걸음 걸어 나오니 떨린다. 포크 음악 재조명의 전진기지라 생각하고 책임감 있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트로트나 시티팝이 요즘 다시 각광받듯 포크도 ‘때’가 오는 걸 느끼거든요. 먼저 길을 닦는 심정으로 마이크 앞에 앉겠습니다.”

함 씨는 고교 3학년이던 1979년 전인권과 듀오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하덕규와 함께 ‘시인과 촌장’의 멤버로 명반인 2집 ‘푸른 돛’(1986년·‘풍경’ ‘아침일기’ 수록)을 냈다. 이후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공연과 녹음에는 함 씨의 참여가 필수조건이 돼버렸다.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연주 때문이다. 조용필 양희은 송창식 이문세, 고 김광석, 장필순 이승철 이선희 김현철 이소라 신승훈 토이(유희열) 성시경 박효신 루시드폴 아이유 트와이스….

“음악가의 길엔 아티스트와 뮤지션이라는 두 갈래가 있어요. 저는 후자죠. 대중의 환호를 직접 받기보다는 한 걸음 뒤, 조그만 공간에서 연주하는 일이 지금까지는 더 행복했죠.”

이왕 DJ로 걸음마를 뗀 것, 제대로 해보기로 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가 방송작가를, 베테랑 엔지니어 허성혁 씨가 음향을 맡아 방송 제작진에 합류했다. 흘려듣는 DJ의 음성까지도 최적의 음향으로 잡는 작업을 거쳤다.

“성혁 씨는 들국화 전 멤버 고 허성욱 씨의 동생이기도 하고 어쿠스틱 사운드에 대한 이해도가 대단한 분이죠.”

모든 선곡은 함 씨가 직접 한다. 11일 첫 방송 첫 곡은 한대수의 ‘희망의 나라로’. 김민기 양희은 조동진부터 성시경 십센치까지 스펙트럼이 광대하다.

“그 음악이 만들어진 시대에 제가 경험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건네고 싶어요. 제가 직접 녹음에 참여한 곡의 뒷이야기도 풀고, 가끔은 기타도 쳐드리려 합니다.”

명쾌하고 친근한 음성에 달변까지…. 지난 40년간 왜 아무도 이 사람을 DJ로 기용 안 했나 싶다. 시그널을 포함한 10가지 프로그램 삽입곡까지 직접 새로 만들었다. 이들을 좀더 긴 통기타 연주곡으로 완성해 향후 음반으로 낼 생각도 있다고.

함 씨의 태블릿 PC를 슬쩍 엿봤더니 직접 작성한 엑셀 표가 눈에 들어왔다. 향후 선곡을 위한 일종의 사전 데이터베이스. 가수와 노래 제목이 빼곡하다. 남궁옥분 따로또같이 트윈폴리오 악동뮤지션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시대의 변천사, 삶의 이야기를 담은 포크 음악이 감동의 문화로 다시 우리 삶의 중심에 섰으면 합니다. 많은 이야기 들려 드릴게요. 기대해 주세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포크#기타 명장#함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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